[단독]사고 이후 단원고·분향소에 '정보 경찰' 총 801명 투입
경찰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몰래 따라가다 들켰다. 사고 초기에 어이없고 무능한 정부의 구조작전으로 충격을 받은 유가족이 마치 범죄자 정보 수집하듯 자신들의 뒤를 미행하고 동향을 캐온 경찰에게 다시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이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반인권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치안이나 수사 목적이 아니어서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의 유가족 정탐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정보담당 경찰 간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붙잡혔다. 당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는 가족들이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책본부 발표 내용도 거짓"이라며 "청와대로 가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자"고 결정했다. 이 간부는 체육관 바깥에서 누군가와 "왜 가족들 청와대로 가는 거 보고 안 했어"라며 통화를 하다가 가족들에게 들켜 승강이를 벌였다. 다른 정보 경찰관은 가족회의에 몰래 들어갔다가 발각돼 쫓겨났다.
19일 밤에는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 정보 경찰관들이 가족들을 미행하다 발각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진도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러 가던 유족들을 차로 쫓아가다 들키자 이들은 경찰임을 부인했다. 가족들은 "우리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사과한 지 24시간도 안 지나 이런 짓을 벌이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20일 "아이들을 억울하게 잃은 부모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면서 "경찰들의 미행은 처음이 아니다. 유가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뒤에서 대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장과 안산 단원경찰서장은 이날 직접 분향소로 찾아가 "교통 편의 등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며 "불법은 아니지만, 동의 없이 숨어서 한 것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숨어서 따라다니는 게 불법 사찰이 아니고 뭐냐"고 따졌다.
희생자 가족들은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을 사실상 '사찰'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교통·경비 인력을 제외하고 정보 경찰을 가장 많이 투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실이 이날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안산 단원고와 합동분향소에 모두 801명(누적인원)의 정보 경찰이 투입됐다. 사고 초기에는 하루에 20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2일쯤부터는 30명 가까이로 늘렸다. 단원서와 경기경찰청에다 경찰청 소속 정보 경찰까지 투입됐다. 진도인원까지 합하면 정보 경찰만 모두 1700여명으로 추정된다.
경찰의 이 같은 정보 수집 행태는 정권 보위를 위한 첨병 역할에 더 치중해온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경찰은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에 파견돼 정보를 수집해왔다. 정보 경찰이 상부에 보고서를 내면 정부로 전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정보 업무는 그동안 정권이 우려하거나 싫어하는 반체제인사 미행 등 사찰에 이용돼 왔다. 이는 '법률상 치안이나 수사를 위한 정보 수집'이라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정보 업무와도 거리가 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몰래 동향을 파악하려 했다는 것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피해 가족들에게 도움은커녕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경찰이 정권 보위를 위한 '흥신소'가 된 꼴"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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