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아이들에게 구명조끼 입혀야 해요" 어머니 전화마저도 끊었던 선생님

진도 2014. 5.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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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당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아이들을 탈출시키다 실종됐던 전수영(25·사진) 교사가 19일 시신으로 돌아왔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6시쯤 세월호 3층 식당과 주방 사이에서 발견된 시신이 전수영 교사로 확인돼 가족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전 교사는 사고 당시 탈출이 쉬운 5층에 머물고 있었지만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동료 이지혜(사망) 교사와 4층 객실로 내려갔다. 생사의 갈림길이었던 오전 9시 15분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오자 전 교사는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끊었다. 당시 배는 이미 40도 가까이 기운 상황이었다. 전 교사는 침몰 직전 남자 친구에게 '배가 침몰해.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 남자 친구는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 교사는 "학생들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곤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 교사는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작년 2월 임용고시에 합격해 단원고에 처음 부임했다. 1학년 때 가르친 아이들의 2학년 담임교사를 자청했고, 이번에 제주도로 첫 수학여행을 떠났다. 학생들과 돈독했던 전 교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는 학생들 단체사진과 함께 '2-2반 벚꽃송이들'이란 문구만 남아 있었다.

전 교사의 아버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제구 남북경협팀장으로 사고 당일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했고, 역시 교사 출신인 부인만 진도에 내려 보냈었다. 딸의 실종 사실이 주변 동료에게 알려지고 나서야 진도로 내려간 아버지 전씨는 "(딸이) 살아서 돌아오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맡은 책임을 다했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다"고 말했었다. 아버지는 "수학여행 가 있는 동안 교재 연구를 못 하니까 미리 해야 한다며 주말에도 혼자 도서관에 가 있었던 딸이었다"고 했다. 전 교사는 실종된 단원고 교사 11명 중 8번째로 발견됐으며, 아직 교사 3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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