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공격에 '단원고 페이스북' 접은 최승원씨 "정치적이지 말라는 건 '가만히 있으라'는 것"

조형국 기자 2014. 5. 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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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이후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전원 구조'가 오보임을 알렸고, 팽목항의 소식을 전달했다. 추모행사를 공지했고, 자원봉사자의 편지도 소개했다. 그러나 구독자 수가 11만7500여명에 달했던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12일 오전 10시36분 마지막 글 이후로 운영이 중단됐다.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보수 진영의 공세 때문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는 단원고 6기 졸업생인 대학생 최승원씨(20·사진)였다. 최씨는 2012년 이 페이지를 만들어 '학교 행사 알림', '학내 분실물 안내' 등의 용도로 써왔다. 세월호 사고 이후엔 일반 시민의 관심도 불러모았다.

최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면 나는 기꺼이 정치적이겠다"며 "정치적이라는 비판으로 아무것도 못하게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그 어떤 정치보다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최씨는 "개인적으로는 보수 진영의 어떠한 공세도 견뎌낼 수 있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 교사, 학교,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페이지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중엔 최씨가 따르던 교사, 아끼던 후배들이 있었다. 최씨는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하며 당국의 무능함을 목격했다. 최씨는 "현장에서 느끼는 가족분들의 답답함이 언론에서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며 "청와대를 향하는 가족을 막는 경찰을 보면서 무능함과 이를 감추려는 비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진도 현장에서 교사, 후배들을 기다리며 보고 들은 것을 전했다. 그러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 등 극우세력들은 "(최씨가)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최씨는 불만이 있으면 직접 듣겠다는 취지로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했지만, 전화는 한 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대신 사고 수습에 바쁜 단원고에만 항의전화가 이어졌다.

그는 " '정치적이어선 안된다'는 주장은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비극'이기에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선령 제한이 늘어나거나 불법개조·과적을 막지 못한 당국의 잘못은 잘못된 정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 '정치적이지 말라'는 건 세월호 방송이 '가만히 있어라'라고 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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