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대책위 "책임자 응징 위해 나서려한다".. 다시 진도 집결

진도 | 박용근·안산 | 박은하 기자 2014. 4. 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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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하는 유가족·실종자 가족들
장례 치르고 속속 내려가 실종자 가족과 대책 논의
"지원도 대안도 없는 정부".. 진상규명 공식 요청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장례를 마치자마자 다시 전남 진도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나누며 힘을 보태고 있다.

안산에서 아들 장례를 치른 김모씨는 30일 구조·수습 작업이 한창인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심신은 지쳐 있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같이 대기소를 지켰던 학부모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아무 일도 잡히지 않았지만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은 몇 곱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이곳에서 내 손을 잡고 울어주는 가족만 있어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진도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장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유가족이 진도에 내려와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전했다.

휴대폰 속 아이 사진 '하염없는 슬픔'

30일 오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는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이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씨와 함께 내려왔다는 박모씨는 장례를 치른 아들과 같은 반 가족들을 챙겼다. 그는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박씨는 "우리보다 누가 더 이 슬픔과 분노를 알 수 있겠느냐"며 "죽이라도 챙겨 먹으면서 힘을 내셔야 한다"고 위로했다. 그는 "시신을 먼저 찾았다는 이유로 남겨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왜 같은 피해자끼리 누구는 미안해해야 하고 누구는 고통스럽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기진맥진했던 실종자 가족들은 유가족들의 '회귀' 덕에 힘을 얻고 있다.

실종자 가족 정모씨는 "친지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화면에 뜨는 시신 인상착의에 우리 아이가 나오길 바라고 밤을 지새운다"면서 "안산에서 내려온 유가족이 부둥켜안아주는데 말랐던 눈물이 또 흘렀다. 심적으로 위로가 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이모씨는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마치는 대로 진도에 다시 집결할 것"이라며 "지금은 떠들 사람도, 떠들 곳도 없지만 유가족들과 힘이 합쳐지면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과 적극적 구조활동을 공식 요청했다. 대책위는 "집단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 아이를 찾으려고 허둥대는 학부모들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정부 및 관계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세월호 침몰의 사고 경위와 진상을 규명할 것을 정식으로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유모씨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10여명의 아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책임과 잘못을 철저히 밝히고 응징할 일들을 시작하려 한다"며 "남은 자녀들은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겠기에 직접 나서려 한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자녀의 장례를 치른 유가족 대책위는 1일 오전 9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다시 진도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대책 등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 진도 | 박용근·안산 | 박은하 기자 yk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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