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는 病死처리 시도.. 친아빠는 죽어가는 딸 동영상 찍어

2014. 4. 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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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의붓딸 학대치사 '드러난 진실'

[동아일보]

경북 칠곡군에서 발생한 계모의 의붓딸 학대 살해사건과 관련해 숨진 아이의 언니가 지난달 말 판사에게 보낸 편지. "판사님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명숙 변호사 제공

지난해 8월 경북 칠곡군에서 발생한 계모의 의붓딸 학대살해 사건 당시 계모 임모 씨(35)가 의붓딸 A 양(당시 8세)이 '병사(病死)'한 것처럼 은폐하려 했는가 하면 A 양의 친언니 B 양(12)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최근 임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11일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 의붓딸 살해 숨기려 '병사 처리' 시도

지난해 8월 A 양이 숨지자 임 씨는 A 양이 평소 상담을 받던 지역 해바라기센터에 "아이가 병으로 숨졌는데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하느냐"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평소 임 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온 해바라기센터 측은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부검을 통해 A 양이 내부 장기 파열로 숨진 사실이 밝혀졌다.

임 씨의 범행 은폐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 양의 친언니인 B 양에게 '인형을 뺏기기 싫어 친동생을 발로 차서 숨지게 했다'고 진술하도록 강요했고, 경찰과 검찰은 강요된 거짓 자백만 믿고 B 양을 상해치사의 주범으로 판단했다. 임 씨는 언니와 싸웠다는 이유로 A 양을 '한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만 기소됐다.

그러나 최근 B 양의 법정 비공개 증인신문을 통해 임 씨가 A 양을 수차례 발로 밟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B 양은 계모와 함께 학대에 가담한 친아버지(37)와 같이 살고 있어 피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다가 대학병원 심리치료 과정에서 계모가 자매에게 상습적으로 매질을 하고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이는 등 학대해 온 사실을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인단과 의사들에게 털어놨다. B 양은 재판부에 "아줌마(계모)를 사형시켜 달라"는 탄원서(사진)를 제출했다.

○ 피해 아동 언니 극심한 트라우마 겪어

A 양의 친언니인 B 양은 사건 이후 극도의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 양은 임 씨가 거짓 진술을 강요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친아버지가 동생이 숨져가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고 이를 보여줬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했다. 그리고 친아버지의 이런 행동이 엄청난 정신적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 B 양은 2월부터 아동보호기관에서 지내면서 조금씩 안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계모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증오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임 씨가 B 양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2일 결심공판에서 임 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학대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아버지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B 양의 변호인 측은 지속적인 학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임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과 유사한 울산 계모 의붓딸 살해 사건의 경우 경찰이 일반적 학대치사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대구지법은 11일 임 씨에게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사형이 구형된 울산 계모 사건 피고인 박모 씨(40)에 대한 1심 선고도 같은 날 내려진다.

○ '최고 징역 9년' 학대치사 양형기준 논란

아동학대 살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아동학대 범죄의 양형 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월 29일부터 시행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양형기준을 지난달 발표했다.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에 가중사유가 있을 때는 최고 징역 9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감경 사유가 있을 때는 형량이 최하 징역 2년 6개월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약자인 아동이 가해 부모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잔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사망에 이르는 학대치사 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참작 사유가 있는 살인죄'의 양형 기준(가중 5∼8년)과 비슷하게 정한 것은 지나치게 약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경우 아동학대치사범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는 등 엄벌에 처한다"며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아동학대범죄처벌법의 법정 형량에 비춰 볼 때 최고 9년형은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성시온 채널A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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