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규탄 시위 장소를 얼음판 만든 한국공항공사

박순봉 기자 2014. 1. 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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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사장 취임 후 상습 집회 방해 위해 온갖 꼼수"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정문 앞. 용산참사 5주기를 5일 앞둔 이날 공항공사 앞에는 '용산참사 5주기 김석기 퇴진·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60)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추모위) 회원 40여명과 경찰, 공항공사 직원, 취재진 등 모두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동할 때 모두가 종종걸음이었다. 물기가 없는 바로 옆 이마트 주차장과 인근 도로와는 달리 시위 장소인 공항공사 주차장만 바닥이 꽁꽁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 뿌려 집회 방해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가 15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주차장에서 김석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2009년 당시 용산참사 현장을 지휘했다. 추모위는 이날 공항공사가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물을 뿌려 주차장을 빙판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추모위 정영신 활동가는 "김석기 사장이 취임한 후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공항공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왔다. 공항공사 직원들은 이들이 바닥에 앉지 못하게 하려고 종종 바닥에 물을 뿌리곤 했다"며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차로 주차장 일부를 폐쇄하는 등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위의 한 관계자는 "오전 10시쯤 왔는데 공항공사 직원이 주차장 전체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추모위 이원호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공사 측 차량도 주차가 어렵자 공사 직원이 염화칼슘을 주차장 일부에 뿌렸다"며 "시위를 할 때마다 종종 물을 뿌렸지만 이렇게 날씨가 추운 걸 판단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설 팀에 인원이 많아 물을 뿌린 이유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20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김 사장은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비판이 일자 한 달여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항공사 노조와 용산참사 범대위 등은 "용산참사로 국민적 신뢰가 없는 사람을 공사 사장으로 임명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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