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에 "첫 남자 누구냐" 신문한 국정원

박홍두 기자 2013. 11.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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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신문 과정서 성적 수치심·구타 등 인권침해 심각43%는 공포감 느껴.. 수사 때 기본권 보장 마련돼야

"나는 북한에서 온 죄인이었다."

2008년 한국으로 온 탈북여성 ㄱ씨는 입국 직후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정부합동신문센터 조사를 받았을 때 느낌을 이렇게 요약했다. ㄱ씨는 "국정원 직원이 묻는 말에 제대로 답했는데 그는 나를 믿지 않았다. 앉았다 일어서는 기합을 계속 받았다"고 했다. 옆방에서는 또 다른 탈북자에게 국정원 직원이 고함을 치고 욕을 하는 소리가 새어들어와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ㄱ씨는 "서러워서 막 눈물만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2011년 입국한 ㄴ씨 부부는 각각 독방에 따로 일주일 이상 갇혀 조사를 받았다. ㄴ씨는 "무서워서 울다가 웃다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완전히 감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직원에게 구타를 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조사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당하는 일도 있다. 탈북해 중국에 숨어지내다 국내에 입국한 여성 ㄷ씨는 "국정원 직원이 '중국에서 다른 남자하고 살았냐' '제일 먼저 배꼽 맞춰본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함에 "돈 벌어 잘살려고 들어왔을 뿐"이라고 했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고 했다.

국정원이 탈북자들에 대해 한국 입국 직후 벌이는 신문과정에서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탈북자들 중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법률에 근거해 탈북자 모두에 대해 이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이 5일 공개한 '탈북자 정부합동신문센터 신문 실태' 관련 보고서들을 보면, 탈북자의 절반 정도는 신문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등의 언행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한 조사에서도 탈북자의 43.1%가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일반인과 달리 수사과정상 보장되는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조사기간에 대한 설명을 못 받거나(63.8%), 독방생활을 설명받지 못한 경우(69.3%)가 많았다. 대부분 탈북자들은 적게는 6주부터 최장 6개월간 조사를 받게 돼 있다. 성경험이 있는지 조사를 받은 경우는 17.9%, 여성 조사관에게 조사를 받지 못한 탈북여성은 70.9%나 됐다.

장하나 의원은 "국정원이 탈북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흔들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사과정상 탈북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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