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처럼 고객 협박한 할인마트

인천 | 박준철 기자 2013. 10. 31.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넘길 것" 실수로 물건값 계산 안 한 노인 등에 100배 넘는 합의금 뜯어

'다시마 한 봉지 40만원, 취나물 2000원어치 100만원, 사과 한 봉지 100만원….'

인천의 한 할인마트 사장이 장을 보고 실수로 계산을 하지 못한 노인이나 가정주부들을 협박해 빼앗은 변제금이다. 가정주부들은 무릎을 끊고 "봐 달라"며 빌었지만, 마트 측은 "경찰에 신고해 징역형을 살게 하겠다.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물건값의 100~150배에 달하는 금액을 뜯어냈다. 인천 남구에 사는 신모씨(70·여)는 지난 9월 전통시장에 있는 모 할인마트에서 5000원짜리 사과 3개를 갖고 나오다 깜빡 잊고 계산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마트 직원들이 신씨를 2층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러곤 "경찰에 신고해 감방에 보내겠다"는 협박을 한 뒤 확인서와 사유서를 쓰게 했다.

직원들은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과값의 300배인 150만원을 요구했다. 신씨가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직원들은 100만원의 합의서를 받아냈다. 5000원짜리 사과 3개를 100만원에 사는 '징벌'을 받은 셈이었다.

김모씨(62·여)도 실수로 몇 천원 하는 물건을 갖고 나오다 234만원을 물어줬고, 또 다른 노인은 다시마 한 봉지를 갖고 나오다 40만원을 물어줬다. 이 마트는 2011년 2월부터 지난 9월까지 오이, 사과, 두부, 달걀 등을 사다 실수로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은 노인·가정주부 등 49명에게 물건값의 100~150배를 물려 3500만원을 받아냈다.

할인마트 사장 정모씨(58)는 확인서를 쓰고도 변상하지 않는 노인들의 집을 찾아가 독촉하거나 은행에 함께 가 돈을 인출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할부 결제, 계좌이체, 자식들이 준 용돈까지 뜯어가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정씨는 변제한 금액을 받으면 직원들에게 20%의 포상금으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30일 정씨와 종업원 7명 등 8명을 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돈을 받을 수 있는 노인과 가정주부는 협박해 돈을 받고, 돈을 받을 수 없는 노인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