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작년 대선 앞둔 재향군인회, 직제도 없이 '청년국' 급조

구혜영·심혜리 기자 2013. 10.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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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이어 관변단체까지 대선개입 의혹

재향군인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가기관과 관변단체의 '불법'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향군인회가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국가 예산이 지원되고, 법적으로 정치 중립을 요구받는 단체인 만큼 선거 관여는 불법이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에 이어 산하의 관변단체들로까지 불법 개입의 폭과 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29일 지난해 대선에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성수동 재향군인회 건물에 내걸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재향군인회 청년국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29일 재향군인회에서 받은 자료는 재향군인회 청년국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대위의 하부 조직처럼 활동을 벌인 정황을 보여준다.

재향군인회 청년국은 지난해 11월6일 SNS를 통해 새누리당 선대위 청년본부인 '빨간 운동화' 청년 서포터스를 모집하는 공고를 게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박 후보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캠프 서포터스 블로그에도 '빨간 운동화' 서포터스 모집 공고가 똑같이 게시됐다. 두 곳 모두 "신나는 빨간 운동화(2030 청년 서포터스)를 모집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 있다.

청년국이 단순히 대선캠프 공고를 퍼날랐거나, 사전에 이를 공유하고 함께 공고를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 의원은 의심했다. '빨간 운동화'는 지난해 10월25일 출범식 당시 박 후보가 직접 임원들의 임명장을 수여할 정도로 의미를 갖는 조직이다.

또 재향군인회 청년국 공식 트위터에는 대선 직전까지 박 후보 홈페이지 주소가 링크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재향군인회 청년국 내 SNS 담당 과장들이 박 후보 선대위 조직인 '빨간 운동화'와 새누리당의 SNS 서포터스 조직인 '빨간 마우스'에서 활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트위터의 공고, 박 후보 홈페이지 링크 등과 같은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 청년국과 새누리당이 직접 연계, 적극적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29일 현재 '빨간 운동화'와 '빨간 마우스'의 회원 수는 각각 918명, 9898명이다.

재향군인회 청년국이 지난해 11월6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대위 청년본부 서포터스인 '빨간 운동화' 모집 공고를 게시한 공식 트위터. | 김기식 의원실 제공

12월 민주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를 비난하며 관련 기사를 연결시킨 트위터 글들. | 김기식 의원실 제공

재향군인회 청년국은 또 다른 페이스북 계정인 '청년향군'을 통해 민주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렸다. 대선 후보 TV토론 직후 관련 분야별로 대응했다. 1차 TV토론은 정치·외교 분야(12월4일)였고, 2차 TV토론은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12월10일)였다. 비방 글 중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으로 알려진 인터넷 선동척결단 명의도 있었다.

문 후보 비방 글은 '문재인 아들 14개월 일하고 퇴직금은 37개월분 수령 의혹'(12월13일), '文, 해직노동자 120억 퇴직금 소송서 항소기일 넘겨 무산'(12월13일), '문재인의 연방제와 평화협정의 위험성 리트윗'(12월5일 '인터넷선동척결단') 등이다. 이 후보의 경우 '진보당도 애국가 불렀다는 이정희 발언 확인하니'(12월5일)라는 글 밑에 보수신문 기사를 링크해놓았다. 같은 날 '이정희 남쪽정부 통진당 해명글 가관'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 후보가 TV토론에서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한 비방 글이다.

■ 직제도 없이 급조된 조직

김 의원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지난해 6월14일 청년국 창설 배경으로 '젊고 힘 있는 선진향군을 위한 핵심과제로 청년층 지지와 결집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건강한 국민 향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서울시회(175명), 인천시회(719명), 경기도회(1392명) 등 모두 8곳이 지난해 6월1일 창설되는 등 모두 10곳의 지회가 대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창설 근거가 되는 직제규정은 한 달 후쯤인 7월19일 마련됐다. 재향군인회는 청년단 창설을 위해 지난해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김 의원은 "총체적인 신관권·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구혜영·심혜리 기자 kooh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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