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인, 외국인 노동자 일 못한다고 "너희들은 X이야" 폭언하고 인분 뿌려

박순봉·김한솔·정대연 기자 2013. 9.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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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노동자들 "월급 착취·학대에도 갈 곳 없어 계속 일해"

"너네들은 똥이야."

지난달 30일 낮 경기 오산의 한 농장 숙소 바닥에는 한 삽 분량의 인분이 뿌려졌다. 당시 이 방에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친 사완(33)과 민 피에룬(33)이 있었다. 인분을 뿌린 것은 이 농장 주인 ㄱ씨(59)의 부인 ㄴ씨. ㄴ씨는 사완과 피에룬이 "일을 잘 못한다"며 지난달 22일부터 농장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 사완과 피에룬은 이 기간 동안 주로 방에 머물었다.

사완은 2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지난 3개월을 일하고 받은 돈이 총 180만원 정도지만 하루 일을 안 하면 5만원이 깎인다"며 "지난달 1일부터도 8일간 일을 시키지 않았다. 돈을 주지 않기 위해 일을 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폭언을 듣고 인분을 맞을 뻔했지만 사완과 피에룬은 농장을 떠날 수 없었다. 이들은 인분이 뿌려진 날 오후 산업인력공단이 위탁해 운영되는 외국인력상담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캄보디아인인 상담원에게선 별 도움을 얻지 못했다. 피에룬은 "돈도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사완과 피에룬은 농장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주인 부부의 괴롭힘은 여전했다. 사완과 피에룬은 ㄱ씨 부부가 인분을 뿌리기 이전에도 욕설을 하거나 힘든 일만 시키는 등 차별을 했다고 했다. 작업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였다.

이 농장에는 이들 외에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4명이 더 있다. 사완과 피에룬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캄보디아로 돌아가 식당을 차리겠다는 꿈을 안고 지난 6월10일 입국했다.

피에룬은 "못 받은 월급을 돌려받고 제대로 된 곳에서 다시 일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8일 이주노동자 지원모임인 '지구인의정류장'이 운영하는 쉼터로 도망쳤다. 사완과 피에룬은 22일 "우리들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등을 주지 않고, 폭언을 하는 등 출입국관리법, 형법 및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했다"며 ㄱ씨와 ㄴ씨를 평택고용노동청과 평택고용센터에 고소했다.

지구인의정류장 측은 "ㄱ씨 부부는 이들에 대해 33만원을 기숙사비로 계산해 월급에서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지난 7월에는 30일 내내 근무했으나 67만5000원의 임금만 지급하는 등 임금착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농장 주인들이 무리한 방값을 외국인노동자에게 받아가고 인분을 던져도 노동청과 고용센터는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런 문제들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이탈하게 되면 이들은 미등록 상태가 돼 추방된다. 한국의 농장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착취가 있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4일 ㄱ씨 부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순봉·김한솔·정대연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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