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 엉덩이 움켜쥐어.. '서류 달라'고 해 호텔방에 가보니 알몸"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2013. 5. 1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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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 경질' - 사건 재구성

외국 방문 중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에서 성추행을 저지르고 단신 도주해 귀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경위에 대해 정부 당국은 아직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장본인인 윤창중 전 대변인(57)이 성추행을 저지른 것을 정부가 언제 인지했는지, 그의 도주 과정에서 정부의 조력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7~8일(현지시간) 윤 전 대변인의 행적을 청와대와 새누리당 관계자, 외교소식통 등의 말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 피해 여성 "윤과 단둘이 술 마셔"윤 "3명이 마셔 성추행은 불가능"

▲ 윤, 다음날 아침에도 공식행사 참석짐도 안 챙기고 도망치듯 홀로 귀국

7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던 날이다. 오전에 시작된 회담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까지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이후 박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접견했다. 오후 7시부터는 박 대통령과 한·미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한·미동맹 60주년 만찬이 워싱턴 시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만찬 자리에 배석했다.

만찬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오후 9시가 다 돼서 끝났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피해 여성과 백악관 근처 호텔의 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피해 여성은 이번 행사를 위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임시 채용한 인턴으로, 윤 전 대변인의 수행비서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술을 마신 호텔은 대통령 숙소인 영빈관(블레어하우스) 인근에 있는 유명 호텔로, 윤 전 대변인과 인턴 직원의 숙소이자 취재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주미 한국대사관 인근의 호텔과는 차로 약 10분 거리다. 워싱턴 DC 경찰에 접수된 피해 신고서를 보면 윤 전 대변인은 오후 9시30분~10시 사이 이곳에서 인턴 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돼 있다.

인턴 직원은 "윤 대변인과 단둘이 마셨으며, 바에서 1차적으로 윤 대변인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주장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둘이 마신 게 아니라 3명이 마셨다"면서 "성추행을 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는 요지로 해명했다고 새누리당 관계자가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인턴 직원과의 술자리 후 다음날인 8일 오전 5시쯤 숙소로 돌아와 인턴 직원에게 자신의 방으로 서류를 갖다달라고 요구했다. 인턴 직원은 마지못해 방으로 갔고, 옷을 모두 벗고 있는 윤 전 대변인의 모습을 보고 놀라 방을 뛰쳐나왔다.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청와대 민정팀 조사에서 "샤워를 하던 중 방 열쇠를 갖고 있던 이 직원이 짐을 가지러 방에 들어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턴 직원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뒤 주변 동료들에게 울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호소했으며, ㄱ씨의 동료들이 오전 8시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신고서에는 신고 접수시간이 이날 낮 12시30분으로 기록돼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서에 적힌 피해자 정보는 영문 머리글자 2개로 처리된 이름과 함께 여성이라는 사실 외에는 다른 내용이 없다. 용의자 정보는 56세 남성으로만 돼 있다. 신고 장소는 인턴 직원과 윤 전 대변인이 머물던 호텔이며, 성범죄 전담 형사 2명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돼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수행경제인 조찬에 참석한 뒤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수행하지 않고 서둘러 귀국했다. 청와대 측은 윤 전 대변인이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집사람이 아프다. 사경을 헤맨다"고 말하고 혼자서 비행기를 탔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은 호텔방에 짐을 남겨둔 채 곧바로 택시를 타고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으로 가 카운터에서 오후 1시30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직항 티켓을 발권받았다. 그는 4000달러의 상당의 비즈니스석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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