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본사의 불공정 계약·횡포, 죽음으로 고발"

이성희 기자 2013. 3. 18. 23: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 청년창업주 임영민씨 추모 기자회견"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해 불공정행위 근절해야"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대출을 받아 편의점을 창업했지만, 본사의 불공정 계약에 시달리다 지난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임영민씨(31·가명· 경향신문 3월15일자 12면 보도 )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하루빨리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해 가맹점주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청년유니온 등은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앞에서 고 임씨를 기리는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 억울한 죽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명복을 빈 뒤 "고인뿐 아니라 2만3000여개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24시간 강제영업, 영업지역 미보호, 과도한 이익배분율(가맹본부 35%)과 폐점 위약금, 상시적인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앞에서 청년 편의점주 임영민씨의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이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임씨의 삶이 현재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주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는 "취업난으로 20~30대 편의점 가맹점주의 비율이 25%까지 높아졌다"며 "정부와 재계는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불안한 미래에 쫓기는 청년들에게 취업이 안되면 창업을 하라고 했지만, 창업을 한 자영업자가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일자리가 없어서 열악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것도, 한줄기 희망을 찾아 편의점을 창업하는 점주도 모두 청년들의 이야기"라며 "임씨의 자살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청년을 위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정부와 대기업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임씨를 1970년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에 비유하며 "이 청년도 온몸으로 전국 수십만 가맹점주들의 삶과 고통을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시각 임씨가 편의점을 운영하던 거제도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임씨의 어머니 김미숙씨(55·가명)는 이 자리에서 "편의점 창업을 권했던 것은 나다. 내가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요즘 아들이 꿈에 나타나 자기가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고 한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계약을 꼭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 편의점 본사 측은 이날 "고인이 편의점 창업을 할 때 순이익 보장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고인과 계약기간 미준수에 따른 위약금 부분도 논의되지 않았다"며 "고인의 사인과 본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