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고 은둔형 외톨이된 30대女… 생활苦에 지치자 내내 굶은 채 고독사

조선일보

부산의 4년제 대학을 나온 한 3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지 7개월 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사회와 단절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오다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이 겹치자 아사(餓死)하는 방식의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쯤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여·33)씨 집에서 숨진 지 7개월 된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숨진 A씨는 수개월 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직접 찾아온 어머니(57)에 의해 발견됐다. 어머니는 지난 10월에 '꿈자리가 사납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딸이 혼자 사는 집을 찾아와 봤지만, 문이 잠겨 있길래 외출한 줄 알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날은 너무 장기간 소식이 없어서 열쇠 장수를 불러 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은 거실 전기장판 위에 잠옷 차림으로 비스듬히 누운 채 숨져 있었다.

↑ [조선일보]

A씨의 시신은 전신이 많이 부패하고 얼굴은 미라처럼 말라 있었다. 경찰은 "10여평 남짓한 넓이에 방 2개, 거실·부엌 등으로 이뤄진 A씨의 단독주택 안에는 음식물이 전혀 없었고 지난 5월 이후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 전기도 끊겨 있었다"고 말했다. 유일한 음식의 흔적은 싱크대 위에 놓인 빈 맥주 캔 2개뿐이었다. 부엌 그릇과 접시는 깨끗하게 설거지 한 뒤 정돈해 놓은 상태였고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유서도 없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부산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한때 중국 연수도 경험한 엘리트였다. 그러나 졸업 직후 1~2년간 쇼핑몰에 근무한 것 말고는 별다른 직업 없이 지냈다. 경찰은 "A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았기에 가족들도 대학까지 나온 A씨가 생계 정도는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숨진 A씨 바로 옆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인터넷 접속 기록은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었다. 현실에서도, 사이버상에서도 그는 혼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는 직장을 그만둔 때쯤부터 가족들과도 잘 대화하지 않았고, 집에서 두문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년 전 지병(자궁 이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대인기피증·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장을 찾은 경찰 수사관은 "젊은 여성이 밥을 굶어 스스로 아사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카드 대금을 내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다 아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종의 고독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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