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입니다"

조태임 2012. 10.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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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성과급 잔치때 달랑 3만 원

[CBS 조태임 기자]

◈ 인천공항 환경미화원 정모(46) 씨의 하루

새벽 6시 30분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얼른 노란 조끼를 꺼내 입는다. 조끼에는 큼직한 인천국제공항공사 로고가 박혀있다. 일반인들에게 '인천국제공항'은 ASQ(세계공항서비스평가)1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와 동의어다. 실제 인천공항은 몇 년째 1등을 했다. 나는 그런 자랑스런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인천국제공항 직원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VIP(유명 인사)'가 온다는 소식이다. 그가 움직이는 곳은 신경써서 깨끗이 청소했다. 청소가 끝난 곳에서 나는 얼씬도 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어쩌면 나는 유령일 지도 모른다.

지난 3월 ASQ 7년 연속 1등 소식에 50만 원이라는 보너스가 지급됐다. 처음받는 보너스, 눈물이 났다. 나같은 비정규직에겐 지난해까지 3만 원짜리 상품권이 전부였다. 인천공항은 경영평가를 잘 받아 정규직원들에게 성과급이 1,000만 원 가량 지급됐다. 나는 모른척 해야했다. 부럽고 서러웠다.

인천공항에는 나같은 비정규직은 6,000여 명이다. 정규직은 900여 명. 경영평가가 잘 나온 건 우리도 잘했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 왜 열매는 소수인 '그들'에게만 돌아가는걸까. 내 월급은 130만원. 갓 들어온 막내 환경미화원과 같다. 용역은 해마다 같은 월급에 재계약을 한다. 열심히 일해도 생색을 낼 수 없다. 나는 이 자리마저 얻지 못할까봐 늘 불안하다.

◈ 인천공항 전체 직원 87.4%가 비정규직, 기형적 고용구조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대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세계 1위 공항이라는 빛나는 이름 아래엔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땀과 한숨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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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6,800여 명 가운데 87.4%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인천공항 노동구조의 현실이다. 공항에 근무하는 환경 미화원, 설비 보수 직원, 보안검색요원 등 공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용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매년 고용 계약서를 새로 써야하는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을뿐 아니라 호봉이나 경력은 반영되지 않은 채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분석에 따르면 인천공항 직원들의 월평균 임금은 528만 원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 246만 원으로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근로자들의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3년 째 냉난방, 수도 시설 등의 보수 일을 하는 이모(44) 씨는 "회사에서는 우리한테 수동적이라고 지적을 하는데 10년, 13년씩 열심히 일해도 호봉은 안 오르고 늘 불안한데 우리가 무슨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하면 비용 더 절감 가능"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작성한 '인천공항공사 민간위탁 노동자 실태와 직접고용 정규직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현재 용역 업체 등에 아웃소싱으로 지급하는 전체 금액은 연간 3,024억 원이다.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금, 복리 후생 비용 등을 계산하면 3,120억원으로 정규직 전환 비용이 더 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용역 단가 인상 비율(7%)과 임금 인상 비율(2~3%)을 고려하면 3년 후 부터는 오히려 정규직 전환 비용이 더 낮게 나타났다.

연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고려대 김성희 교수는 "외주 용역비 단가는 매년 7~8%정도로 급격하게 오르고 있지만 임금 인상률은 3% 정도기 때문에 3년후부터는 비용이 역전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용이 외주 용역 비용보다 적게든다"고 설명했다.

신철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장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숙련된 기술, 동기 부여 등을 고려하면 정규직화가 인천공항의 발전을 위해서도 훨씬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측은 "공기업 선진화정책 때문에 공사측 재량으로 정원 확대나 자회사 신설은 어렵다"며 "지금의 고용구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고용 구조를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dearher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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