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효자노릇'.. 따로사는 양친 對面 빈도 세계 꼴찌

2007. 12. 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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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모가 돈이 있으면 자주 찾고, 그 반대면 부모를 찾는 빈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 자녀들은 떨어져 사는 부모와 접촉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뜸했다. '늙어서도 자식 얼굴 자주 보려면 죽을 때까지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세간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10일 정재기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가 인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가족·친족간 접촉 빈도와 사회적 지원양상 국제비교' 논문에 따르면 소득과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와 자녀간 대면접촉(얼굴을 마주하는 만남) 빈도에 역(-)의 관계를 보인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소득이 많으면 부모를 자주 찾고 그렇지 않으면 대면접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돈이 효자인 셈이다.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한번 이상 대면접촉할 가능성이 2.07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겠는가라는 질문엔 한국인들은 절반이 넘는 51.9%가 '가족 및 친족'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 논문은 2004년 1312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종합사회조사와 2001년 세계 26개국이 참가한 국제사회조사(ISSP·조사 대상 3만3232명) 결과를 재분석한 것이다. 정 교수는 부모의 소득, 교육, 연령, 성별, 결혼상태 등에 따라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회원국은 대부분 소득과 대면접촉 빈도에 상관관계가 없었다. 도리어 소득이 높을수록 접촉 빈도가 떨어지는 '부(-)'의 관계가 확인됐다. 호주 스페인 폴란드 등은 '양(+)'의 관계를 보이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또 한국은 따로 사는 부모나 친지와 대면접촉하는 기회 자체가 일본과 더불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로 사는 어머니를 1주일에 한번 이상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난다고 대답한 자녀 비율이 27%로 일본과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 93%가 어머니를 주 1회 이상, 98%가 아버지를 주 1회 이상 만난다는 조사 결과는 대조를 이뤘다.

정 교수는 "외국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친족 이외 인적 네트워크가 커져 상대적으로 친족과의 접촉 빈도는 낮아진 반면 우리는 반대 현상을 보였다"면서 "이는 한국인들이 친족 관계를 정서적 측면에서 이해하기보다 도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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