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돼도 간도·녹둔도 돌려받기 어렵다..서울대 '통일한국 국경획정'연구결과

2006. 1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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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통일 이후 국토 회복대상으로 거론돼 왔던 중국령 간도와 러시아령 녹둔도에 대해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법학과 정인섭 교수는 19일 서울대 통일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발표한 논문 '통일한국의 국경획정-한·러 국경을 중심으로'에서 "두 지역에 대한 통일한국의 영토 회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정 교수 논문은 러시아 영토로 편입돼 있는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여의도 면적의 4배인 녹둔도는 원래 두만강 가운데 있는 섬이었지만 1800년대 이후 상류의 모래가 유속에 밀려와 섬과 러시아쪽 강변 사이에 쌓이면서 러시아 영토와 맞닿았다.

녹둔도는 세종대왕의 6진 개척 이래 1860년 베이징조약 체결 전까지 조선 영토였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여러 문헌에도 조선시대 내내 농토로 활용됐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말기 사료에는 이 곳에 113호 822명의 주민이 거주했다고 돼 있어 상당한 규모의 군락이 형성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청나라는 1860년 러시아와 베이징 조약을 맺고 녹둔도 지배권을 러시아에 넘겼다. 러시아는 현재 녹둔도에 군사기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북한 접경지역인 두만강변 국경 강화를 목적으로 녹둔도에 제방까지 축조했다. 이를 놓고 국내에서는 녹둔도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 점유와 영유권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고 우려했다.

국내 학자들은 그동안 녹둔도가 조선 500년 역사상 우리 영토였고,청이 베이징조약에서 녹둔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 것은 현지 실정을 모르는 청 관리의 착오에서 비롯돼 조약 자체가 무효임을 입증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춰 왔다.

정 교수는 이에 "녹둔도가 역사적으로 조선의 영토였고 부당하게 러시아령으로 편입된 사실을 입증해도 국제사회에서 녹둔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받기 위한 판단 근거로는 큰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녹둔도의 영유권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사항은 '1985년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국경선 협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1985년 국경조약을 통해 녹둔도를 러시아령으로 인정한 마당에 통일한국에서 당시 조약을 부정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가승계에도 불구하고 기존 국경조약 내용은 존중해야 한다는 게 국제관습법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통일한국이 한국의 대북 흡수통일이든 대등한 국가 대 국가의 통합이든 1985년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두만강 경계조약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1860년 베이징 조약의 효력과 그 이전 녹둔도의 실효적 지배주체 규명은 1985년 조약에 대한 판단 이후에나 필요할 경우 검토할 사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한반도 영토를 처분할 권한이 없는 사실상의 지방정부여서 1985년 영토조약은 유효한 조약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남한만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또 통일한국만이 한반도 국경 처분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주장 역시 국제법상 수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영토분쟁 판단기준이 중국령 간도의 영유권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국내 일부 학자들은 먼저 1909년 청나라가 간도 영유권을 일본에 넘긴 간도협약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또 숙종 때 건립된 백두산 정계비에서 '토문강 이남' 조선 영토라고 못박았는데, 이 토문강은 두만강이 아닌 중국 송화강의 한 지류를 뜻하므로 간도를 조선령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국내 연구가들은 중국이 국제적 승인 아래 약 100년간 간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사실, 그리고 1962년과 1964년 북한과 중국이 국경조약을 체결해 압록강, 두만강을 국경으로 삼고 간도를 중국령으로 인정한 사실의 법적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녹둔도와 같은 이유로 국내 역사학자들의 간도 영유권 주장이 타당성을 인정받아도 간도를 중국으로부터서 되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녹둔도에 대한 기존의 국내연구는 1860년 북경조약의 무효성와 녹둔도가 본래 조선령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는 영토분쟁의 법률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방향설정"이라며 "통일한국의 국경 획정은 민족감정적 접근보다 국제사회의 환경을 감안한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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