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중심 국방정책만이 비극 막는다

2005. 10. 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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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임종인 기자] 제대한 지 보름 만에 위암말기판정을 받고 힘겹게 투병하던 노충국씨가 27일 아침 끝내 숨을 거뒀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군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노씨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겠다.

노충국씨 사건을 통해 병사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한국군의 실상이 또 한번 드러났다. 노충국씨는 지난 6월 제대하기 전 3번이나 심한 복통으로 군 병원의 진찰을 받았지만 군의관은 위궤양이라며 약만 주었다고 한다. 극심한 통증에 계속 토하는 병사에게 더 이상의 조치는 없었다.

반면, 군에서는 노씨에게 위암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주장한다. 4월 내시경검사 소견서에도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과 더불어 '위암 의증'이 적시돼 있다고 한다. 본인에게 밖의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조치는 없었다. 민간병원 진료도 쉽지 않았다. 아버지 노춘석씨는 종합병원에 보내달라고 군에 전화를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병사들에 대한 형편없는 진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배가 아프다고 하니 소독제인 머큐로크롬을 배에 발라주더라"는 어이없는 얘기는 옛날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키 180cm에 80kg이 나가던 건강한 병사가 위암에 걸려도 정확한 진찰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수많은 네티즌들을 눈물과 분노에 떨게 했던 한국군의 현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낡고 부족한 군의료시설과 체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병사들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군의 의식에 있다. 노충국씨가 병사가 아니라 장성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치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충국씨 사건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병사들을 하찮게 여기는 의식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예산 제약으로 군 병원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병사가 아프다고 하면 1차 진찰을 해보고, 해결이 어려우면 시설 좋은 민간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이런 의료지침과 체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아파 죽겠다는데도 방치해 버린 것이다.

▲ 임종인 의원

이번 사건은 월급 4만원만 주고도 병사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군의 전근대적인 의식이 낳은 비극이다. 한국군은 변해야 한다. 국회에서 목이 터지도록 강조했듯이, 사병 중심의 국방정책만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병사 월급은 30만원은 줘야 한다. 병사들의 의·식·주는 최소한 중산층 수준은 돼야 한다. 의료체계 또한 병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군대를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과 대책을 철저히 따질 것을 다짐하며, 삼가 선량한 노충국씨의 명복을 빈다.

/임종인 기자

덧붙이는 글임종인 기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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