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불안해요" 新직장풍속도 '이직 유목민'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1명문대 졸업생 김모씨(29)는 벌써 4번째 이직 준비 중이다. 금융권 대기업 A사에서 B사로 이직한 김씨는 다시 대학 교직원으로 재취업한 후 금융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금융권에 들어와 보니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프론트 데스크로 가려면 집안배경이 좋거나 해외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름을 날리고 와야 되더라"며 "평범하게 공채로 입사하면 계속 회의자료 만들고 후선부서에서 백업업무만 해야 해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금융공기업으로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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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씨(28·여)는 2년 전 유통계열 대기업에 입사한 후 10개월 만에 모 법무법인 비서직으로 이직했다. 오랜 꿈인 아나운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조씨는 "지금 직장은 그냥 걸치는 곳이다. 나이는 먹고 돈은 벌어야겠으니 일단 좀 '널럴한' 곳에 들어와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만년 이직준비생' 시대다. 바늘구멍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도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직장인들이 '이직 유목민'이 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짐에 따라 직종을 막론하고 고용불안이 만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력 인플레로 높아진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고용현실의 괴리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新풍속도…신입사원 '남몰래 이직 준비'
만년 이직준비생들의 모습은 조기퇴사 통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9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신입·경력사원 채용실태 특징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3.6%로 1년 만에 7.9% 높아졌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32명을 대상으로 현재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위가 '생계유지'(60.7%), 2위가 '이직을 위해'(19.2%)로 나타났다. '개인사업 준비(4.0%)'라는 이유도 있었다. 직장인 4명 중 1명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직장인 2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4%가 '몰래 이직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조기퇴사는 회사로서도 손해다. 대기업 인사팀 권모씨(28·여)는 "신입사원 선발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데 이제 막 일에 적응한 1~3년차가 나가면 회사 손해"라며 "인·적성검사나 면접평가로 사전에 걸러내려 하지만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 "'안정''적성' 찾아서…'생존의 문제'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실질정년이 단축되고 승진가능성은 좁아지는 현실에서 이직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토로한다.
기업경영평가업체인 CEO스코어가 지난 8월 30대그룹 계열사의 임원 322명을 분석한 결과 평사원으로 들어가 사장이 될 확률은 0.036%에 그쳤다. 국내 30대그룹 직원의 근속연수는 9.4년. 어렸을 때부터 대입경쟁과 취업난을 경험한 현재 젊은이들은 미래의 위기상황을 미리 진단하고 대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전자계열 대기업에서 남몰래 공기업을 준비 중인 정모씨(29)는 "정리해고는 일상화되고 나중에 연금은 고갈난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 입장에서는 미래가 너무 불안한 거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기업이나 전문직으로 옮기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적성을 찾아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 적성 없이 일할 수 없는 젊은이들에게 적성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 벌써 3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전모씨(25·여)는 "종합상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첫 직장에 들어갔다가 군대식 문화에 치여 보험사로 이직했지만 서민대상 내수 쥐어짜기식 보험 마케팅에 보람을 느끼지 못해 현재 직장으로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눈높이와 고용현실의 간극…구조적 문제
전문가들은 고용불안은 세대를 막론한 문제지만 현재 젊은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력수급과 고용현실의 불일치라는 구조적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박명수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적성문제나 승진한계는 이전 세대도 겪었던 문제지만 참고 다녔다면 현재 젊은이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에 맞는 직장을 찾고자 하는 목표추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오규덕 인크루트 대표컨설턴트는 "중고등학교 때 진로선택 방법을 모르고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선택했듯 취업난에 떠밀려 기업현실을 모른 채 '묻지마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전반적인 고용 질이 높아져야 하지만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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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soyu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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