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나온 세무서장, 모텔서 잡힌 까닭은..
지난 2일 밤 11시5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급 모텔에 수서경찰서 백모 경감 등 경찰관 5명이 들이닥쳤다. 곧이어 말쑥한 차림의 40대 남성 2명이 얼빠진 표정으로 모텔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ㄱ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여종업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모텔로 이동해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수서서로 옮겨진 ㄴ씨(44)와 ㄷ씨(46)는 성매매 여부를 캐묻자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현직 국세청 간부들이었다. ㄴ씨는 서울 지역 세무서장을 하다 다른 부처에 파견 중이었다. ㄷ씨는 서울지방국세청 고위직이었다. 행정고시 동기로 둘 다 국세청 내 '에이스'로 꼽혔다. 같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해외출장으로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이었다. 관가에는 '순방기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처신에 주의하라'는 주의령이 내려진 터였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3시30분까지 4시간 가까이 침묵을 지켰다. 처음에는 "신분증이 없다"고 하다가 새벽 4시30분 수서서 지능팀으로 옮겨 취조당하자 입을 열었다. 경찰은 사진과 물증을 들이밀고 성매매 혐의를 추궁했다. 또 '기업인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느냐'고 캐물었다. 혐의를 부인한 두 사람은 2시간 조사받고 동틀 무렵 귀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0일 이들을 대기발령했다.
ㄱ유흥주점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룸 26개를 보유한 고급 룸살롱이다. 지난해까지 술도 팔고 성매매도 하는 '풀살롱' 형태로 운영됐다. 1명당 기본 50만원에, 주대가 추가로 25만원이다. 예약제로 운영돼 연예인도 종종 찾는다고 한다. 인근 주민은 "밤이 되면 주점 앞 도로가 차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점에서 2차로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제보가 있어 사나흘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ㄴ씨와 ㄷ씨를 표적으로 '함정수사'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다른 성매수범들도 있었지만 이들만 검거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단속 전 2대의 다른 차량도 추적했다"며 "검거에 실패해 단속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교형·박용하·김원진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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