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B급 사전] "韓·日 축구 역전패, '불판' 올랐대"
◇불판: 명사, 관용어
불판은 본디 돼지고기 삼겹살, 쇠고기 등심 등을 구워 먹을 때 사용하는 철제 또는 돌로 만든 판이다. 여기에 빗대 인터넷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댓글 격론을 이어나가는 게시물을 '불판'이라고 부른다. 현재 가장 뜨거운 화제(불)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가는 곳(판)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3-2로 역전패한 지난 31일에도 인터넷엔 '불판'이 달아올랐다. 대부분 2골 차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당한 대표팀을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불판의 장점은 관련 글이 중구난방 생기는 걸 막고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응팔)'을 보며 댓글로 누가 남편이 될지 추측하거나, 이세돌과 커제의 바둑 대회 결승전도 불판의 토론 대상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채팅방과는 달리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만 참여하다 보니 '수질 관리'가 된다는 것도 장점. 스포츠 경기는 중계 영상에 딸린 채팅방이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글로 도배되기 십상이나, 불판에서는 이런 광고를 볼 일이 없다.
미국에선 TV 앞에 둘러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미식축구 경기를 본다. 영국에선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 경기를 본다. 한국에선 스포츠 중계는 물론, 예능 프로, 드라마를 PC로 보면서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소통한다. 선거 개표, 대통령 신년사 같은 정치적인 주제 앞에 불판이 깔리기도 한다. 혼자 TV를 보자니 심심하고, 친구랑 만나서 보기엔 시간과 장소가 마땅찮은 데다, 돈까지 아낄 수 있으니 최고다. 응팔 시대엔 동네 골목 친구 5인방이 한방에 모여 함께 TV를 봤지만, 2016년 한국에선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따로 또 함께' TV를 본다.
◇용례
"여기 불판 깔아주세요."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할 게시물을 만들어 달라는 뜻. 불판이 깔리면 관련 내용에 대한 토론이 시작된다. "여기 불판 바꿔주세요"라는 말은 불판에 댓글이 많아져 대화 내용 확인이 번거로워질 때 쓴다. 그을음이 심해지면 고기 구워 먹는 불판을 바꾸듯 게시글도 새것으로 바꾼다. 보통 댓글이 200~300개 이상을 넘어가면 불판을 갈음한다. 고깃집과 마찬가지로 불판이 멀쩡하면(댓글이 많지 않으면)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안 바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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