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성인용 인형', 광군제 최고 히트 상품되다

임상범 기자 입력 2015. 11. 30. 14:50 수정 2015. 11. 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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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할인이벤트로 자리잡은 중국의 11월11일, 광군제(싱글즈데이) 행사에서 알리바바는 하루 동안 무려 912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6조 4천980억 원의 역대 최고급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로 이뤄지는 거래이니 만큼 최신 스마트폰이나 세그웨이 같은 IT기기들을 위시해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줄줄이 대박을 쳤습니다. 손꼽히는 대박 상품 리스트 가운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섹스 돌' 혹은 '러브 돌'이라 불리는 성인용 인형입니다. 용어에서 풍기듯이 왠지 모르게 정상적인지 못한 부류들이나 찾는 민망한 물건으로 생각되기 십상이지만 따지고 보면 짝 없는 싱글들을 위해 물건을 값싸게 판매한다는 광군제의 탄생 취지에 이보다 더 잘 들어맞는 상품도 없을 겁니다.

상품의 특성상 점잖은 주류 언론들을 통해선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광군제 당일 성인용 인형은 1분당 5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핫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역시 상품의 특성상 심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웹사이트에 접속해 성인용 인형을 뜻하는 '娃娃(영어로는 inflatable doll)'을 검색해보면 무려 6만2천7백여 개의 결과물이 나타납니다. 

고무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이 성인용 장난감은 싼 것은 100위안(약 1만 8천원)부터 시작해 실제 사람 피부와 거의 흡사한 수천 위안 짜리 고가품까지 디자인과 용도도 다양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오프라인 성인용 샵에는 빠짐없이 비치돼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인터넷 거래로 주로 팔려나갑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용 인형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넘게 성장했습니다. 3천만 명이 넘는 중국 남성들이 한 차례 이상 성인용 인형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65%가 29세에서 18세에 이르는 혈기왕성한 남성들이었습니다.

중국은 지독한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데다 지난 30여년 간 강압적인 1가구 1자녀 정책을 펴온 탓에 남녀간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신생아의 성비를 보면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6명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내놓은 공식 통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1자녀 정책을 어기고 몰래 아들을 낳아 기르는 이른바 ‘흑인흑호(黑人黑戶)’가 부지기수라 실제로는 100:150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중국 남자 10명 당 3, 4명은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짝을 얻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일부일처제가 흔들림없는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여지는 한 잉여자의 신세가 되어버린 남성들을 위해 사회는 무언가 해법을 내놔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나라와 정부가 앞장 서 국제결혼을 종용하고 나서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갈수록 높아지는 결혼비용에 질겁한 남성들이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확산되는 마당이라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짝 없는 남성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성비 불균형이 유발할 수 있는 불륜이나 성범죄 등 각종 사회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준다는 순기능을 앞세워 성인용 인형이 판로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성인용 인형을 집에 들여 마치 연인처럼, 아내처럼 실제 살아 숨 쉬는 인격체로 여기며 살아가는 남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모태 솔로인 노총각들부터 주말에나 만나는 장거리 연애족, 멀쩡한 가족을 둔 40대 가장까지 사연도 다양하지만 알고 보면 결국에는 외로움이라는 하나의 깔대기로 수렴됩니다.

이처럼 성인용 인형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야기 거리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베이징 한 복판에서 한 밤중에 알몸 '3인조'의 질주극이 벌어졌습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성이 실물 크기의 성인용 인형을 한쪽 팔에 낀 채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가고 그 뒤를 알몸의 여성이 맹렬하게 뒤쫓는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이 남성은 최근 여자 친구에게 몰래 새롭게 만든 '인조 여친'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다 밀회 장면을 들켜 야밤에 민망한 도주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단 끝에 남성은 결국, 시도때도 없이 자기를 무시하고 데이트 비용만 요구하던 성가신 여친 대신 언제나 변치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다소 곳이 자기를 맞아 주는 이 완벽한 인조 여친을 택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 암 환자인 한 20대 남성이 죽음을 앞두고 성인용 인형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남성은 인형에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함께 웨딩사진 촬영까지 했습니다.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무릎을 꿇고 신부의 손에 입을 맞추며 현실의 여느 잉꼬부부 부럽지 않은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남성이 인형을 반려자로 선택한 건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아내가 홀로 남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구한 운명 앞에서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기 싫었다던 남성의 애처로운 사연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성적인 용도로 개발되는 로봇을 금지해야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었습니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결합한 성애 로봇의 탄생이 목전에 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생명체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인간만의 교감 능력과 사랑도 도전 받고 말겁니다.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성비 불균형을 나았듯이 사랑과 감정도 기능만을 따지다간 정밀하게 만든 인공의 피조물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옆자리를 빼앗길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임상범 기자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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