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노동'으로 재진입 실험?..대북 과민반응

김태훈 기자 2016. 3.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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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그제(18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 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첫 번째 미사일은 800km를 날아갔고, 두 번째 미사일은 직선거리로 9km쯤 가다가 고도 17km 상공에서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800km 날아간 미사일을 두고 한 매체가 “노동 미사일로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한 듯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매체들은 별다른 확인 작업도 없이 ‘노동 미사일의 재진입 실험’ 보도를 받아 썼습니다. 군 핵심 관계자는 “보도의 근거를 도통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진입은 북한이 공들여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실험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제 발사한 미사일은 준중거리이고 고작 최고 고도를 200km 정도 찍었습니다. 탄두가 대기권 밖을 다녀오긴 했겠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 재진입 실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노동 미사일 발사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재진입 실험을 했다는 주장은 넌센스입니다. 북한 위협에 대한 과민반응 또는 의도적인 부풀리기 같습니다.

●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노동 미사일 궤적

북한 노동 미사일

그제 제대로 발사된 노동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800km, 최고 고도는 200km였습니다. 탄도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비행거리의 4분의 1이라는 기본 공식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정상 궤적입니다. 일각에서는 고각 발사, 즉 일부러 발사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였다고 주장하는데, 그랬다면 최고 고도가 훨씬 높아져야 합니다.

북한은 준중거리 노동과 단거리 스커드의 재진입 기술 개발을 이미 마쳤습니다. 실전 배치가 끝났고 시험 발사도 숱하게 하고 있는 완성된 미사일입니다. 그제 발사가 준중거리 미사일의 재진입 실험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0km 이상 돼서 미국 대륙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입니다. 탄두가 고도 2,000km 이상 올라갔다가 대기권에 재진입해야 합니다. 그제 발사한 노동 미사일 최고 고도의 10배입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준중거리 미사일은 재진입 속도와 재진입시 발생하는 열, 압력 모두 차원이 다릅니다. 그제 발사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재진입 실험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노동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1,300km인데 800km만 날아간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쪽으로 1,300km 날려 보내면 일본 영해에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북한으로서는 괜히 싸움을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또 1,300km는 최대 사거리이지 늘 1,300km 날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로 우리나라를 공격할 경우에는 엔진 연소시간을 줄이든 발사각을 높이든 해서 비행거리를 단축해야 합니다.

북한이 단순 위협 차원에서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군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재고를 자꾸 쏘아 처리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굳이 우리가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 스스로 겁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군도 북한을 선제공격할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1,500발 이상 쌓아 놓고 있습니다.

● M-SAM은 노동을 못 잡는다?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M-SAM

어떤 보수 매체는 첫 요격 시험부터 성공해버린 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 M-SAM이 노동 미사일을 못 잡는다고 걱정(?)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축하는 못해줄망정… 그리고는 한미가 노동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미국의 사드(THAAD)를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기우(杞憂)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M-SAM은 스커드 뿐 아니라 노동 미사일도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작이 썩 괜찮습니다. 첫 요격 시험부터 보란 듯이 성공했습니다. 이번 시험을 포함해서 10번 정도 요격 시험하고 80% 성공하면 됩니다. 내년 초 윤곽이 나옵니다. 노동을 잡는, 요격 고도 40km 이상인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도 우선협상사업자를 선정해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요즘 우리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북한의 위협은 키우고 우리의 능력은 낮추어 보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지향하는 바, 원하는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수단은 정직해야 합니다. 북한의 위협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우리 군의 요격 시험 성공은 있는 그대로 축하해주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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