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저는 '인공 태양' 입니다
저는 인공 태양입니다. 원래 본명은 '이터'(ITER)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국제열핵융합실험로 또는 국제핵융합실험로로 번역되고 있습니다. 영어 이니셜로 만들어진 단어 '이터'는 라틴어로 '길'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 더 의미부여를 해서 '새로운 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제가 완성되면 석유 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원자력 에너지와도 작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지구 온난화와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를 장난삼아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형제'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재밌죠?
저의 어떤 능력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올 초 기준으로 세계 인구는 72억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몰랐는데 이 많은 인구가 현재 석유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끊임없이 사용한다면 지구 자체가 감당을 못한다고 하죠.
그래서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 195개 나라가 모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서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온도 상승 범위를 최대 2도까지 이하로 유지하자고 결의를 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그동안 대체 에너지라며 풍력, 조력, 태양열 그리고 원자력 등을 제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풍력, 조력과 태양열은 아직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만큼 안정적이 않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리고 핵을 분열시키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은 효율적이긴 하지만 안전성과 폐기물 재처리 문제로 늘 논란이 됩니다.
이런 가운데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인 핵융합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태양의 엄청난 에너지는 수소 원자핵 4개가 헬륨 원자핵 1개로 융합되면서 발생하는 것인데... 만약에 인공적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면 태양처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가설이 만들어진 것이죠. 인공태양. 바로 접니다.
영화 속에는 저는 이미 상용화됐습니다. 17년간 쉬지 않고 설국을 달리는 설국 열차가 그렇고... 가슴에서 빛나는 원이 상징이 된 아이언맨도 결국 핵융합로를 이용해 엄청난 힘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처럼 저를 그렇게 작게 만드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42만㎡의 넓은 부지에서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태양처럼 핵융합이 일어나 에너지가 생산되는 장치를 토카막이라고 불리는데... 그 크기가 높이 30m, 폭 30m 정도 됩니다. 무게만 2만 3천 톤이고요.
태양 같은 경우는 매우 거대하기 때문에 핵융합 과정이 서서히 이뤄집니다. 하지만 토카막은 너무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매우 극한적인 상황이 동시에 연출돼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토카막 중심은 완전한 진공 상태이어야 하고 온도는 1억 5천 도에서 2억 도까지 올라갑니다. 수소 원자핵을 융합시키기 위한 것인데... 이 융합과정에 있는 물질을 고체도, 액체도, 그렇다고 기체도 아닌 이른바 제4의 물질인 '플라스마'라고 부릅니다.
이 플라스마 상태를 오랫동안 지켜나가기 위해 진공관 밖에는 초전도 자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초전도 자석은 절대온도 4도 섭씨로는 영하 270도에서 돌아갑니다. 불과 1m도 되지 않은 간격을 두고 한쪽은 최고 2억 도까지 올라가고 다른 한쪽은 영하 270도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죠.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좀 어려운데... 그만큼 저를 만드는 데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극한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어려운 기술을 동원한다면 돈이 많이 들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인데. (전체 예산이 111억 유로 우리 돈으로 14조 원에 가까이 됩니다.) 왜 저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천 메가와트 화력 발전소를 1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석탄 8백만 톤에서 천만 톤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로인 저 인공 태양을 이용하면 수소 350kg이면 끝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화력 발전소처럼 공해 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처럼 폭발 위험도 전혀 없다고 합니다. 원자로 안에는 수소 2g 정도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태양의 완성은 제가 앞서 언급한 대로 지구 온난화와 공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이런 저를 '꿈의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소 폭탄의 위력을 알게 된 냉전 시대의 산물이었습니다. 1985년 당시 양대 축이었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수소 폭탄의 힘을 평화적으로 이용해 보자며 머리를 맞대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 후 다른 강대국들도 참여하게 되고 아이디어에 머물던 것들이 점차 하나둘씩 구체화 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2006년 우리나라를 포함해 35개 나라가 파리에서 모여 '이터'프로젝트를 완수하자며 결의를 하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그런데 애초 2020년에 제가 첫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이게 좀 차질이 생겼습니다. 5년 정도 미뤄진 2025년으로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참여하고 있는 35개 나라의 상황이 모두 다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공 태양의 모든 것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습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한 나라가 모든 것을 건설하지 않고 분업으로 나눠서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토카막의 진공관만 하더라도 한국을 포함해 3~4개 나라가 나눠서 제작하고, 그리고 그 부품들을 카다라슈로 운송해 조립합니다.
그렇다 보니 국제 정세 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지난 2013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일본의 경우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아서 영향을 받았죠. 그리고 얼마 전 금융위기가 왔을 때도 나라마다 준비하던 일들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은 2025년에는 제가 첫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저도 솔직히 가끔 제가 2025년에는 첫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미래는 제가 답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금방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덮죠.
다만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제의 첫 활동이 시작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도 없다는 것입니다. 후손들에게 지구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충분히 안다면 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당연히 저는 완성될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 하나하나가 저의 원군이 되어야겠죠. 감사합니다.
[연관 기사] ☞ [글로벌 리포트] 꿈의 에너지 ‘인공 태양’ 건설 프로젝트
박진현기자 ( park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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