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과학계 산하기관장 수난시대

류준영 기자 2016. 10.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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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부의 부실한 인사 검증시스템이 또한번 도마에 올랐다.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원장이 지난 19일 돌연 사직서를 냈다. 권 원장이 자진해서 물러난 이유는 비상장 주식 때문. 인사혁신처는 권 원장이 표준연 취임 전 보유한 벤처기업 비상장 주식 지분이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권 원장은 고민 끝에 사퇴했다. 선임 120일 만에 떠난 권 원장은 ‘역대 최단명 기관장’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그가 기관장으로 임명될 때까지 왜 이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권 원장 선임까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권 원장은 선임 직전까지 원장 선임 의결권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신분으로 ‘셀프 추천’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표준연은 권 원장 선임 이전 2차례나 원장 선임이 무산되는 홍역을 앓았다. 내부 후보자를 걸러내기 위한 술책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3차례 공모 끝에 외부 인사인 권 원장이 선임됐다. 당시 과학계에선 “예상했던 대로였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정부의 인사 개입”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정부 윗선에서 낙점한 인사를 앉히기 위해 공모를 연거푸 실시했다는 것. ‘무늬만 공모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로 뽑은 권 원장이 주식을 택하고 사퇴해 버렸으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서도 난감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를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청와대와 미래부의 기관장 선임·검증 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라고 맹비난했다.

권 원장 사임 문제는 단지 표준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 9월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두 이사장의 사퇴의 변은 “개인적 사유”. 하지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미래부 고위급 임원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져 나왔다.

이어 터진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재선임 건도 마찬가지다. 이사회 의결에서 박 원장이 7표, 이인선 전 새누리당 후보가 6표를 얻어 재신임 결정이 났지만, 미래부가 불승인했다. 이사회 의결 사안을 미래부가 거부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그래서 박 원장이 ‘청와대 낙점’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불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학계 기관장 선임은 이처럼 의혹 투성이다.

유능한 기관장 선임은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전문성과 기관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확실한 비전, 철학, 의지를 지닌 사람이라면 내부든 외부든 문제될 게 없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기관장에게 요구되는 갖가지 자격 요건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등 뒤틀린 기관장 인사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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