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2,3,4,5,7 ?..'애플 III' 데자뷰

임동욱 기자 2016. 10. 2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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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삼성 갤럭시노트5를 사용 중이다. 얼마 전 다섯 살배기 딸아이가 "갤럭시노트6는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다.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보도를 어디선가 접한 모양이다. 그래서 노트6는 없다고 설명해 줬다.

최근 숫자 개념이 생긴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상하다. 5 다음 숫자는 6이잖아요."

제대로 설명을 해 줄 수 없었다. 갤럭시S7의 존재, 아이폰 7의 출시 등을 예로 들며 '노트7'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해봤자 아이는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태어나지 못한 노트6의 저주'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난센스'에도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도 과거 비슷한 아픔이 있다.

애플은 1976년 4월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 I'을 출시하며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1977년에는 성능을 강화한 '애플 II'를 내놨고,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자 당시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인 IBM이 1981년 'PC'(Personal Computer)를 출시하며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조급해진 애플은 1980년 5월 '애플 III'를 내놓으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애플 III'는 작은 본체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으려 했기 때문에 내부 부품 구성이 복잡했고, 이 결과 내부에서 열이 많이 났다. 더구나 개발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품질 테스트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냉각팬이 제품의 소음을 유발한다며 전원공급장치의 냉각팬을 없애 버렸다.

이 결과 '애플 III'는 자주 고장을 일으켰고, 심각한 안정성 문제로 인해 리콜 후 그 해 가을 재출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1983년 가격을 대폭 낮추고 초기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한 '애플 III+'가 출시됐지만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1985년 조용히 사라졌다.

애플 내부는 "이전까지의 제품과는 달리 마케팅 부서에서 개발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열됐다. 잡스는 1985년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해고됐고, 이후 복귀까지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반면 '애플 II'는 △'애플 IIe'(1983년 출시) △'애플 IIc'(1984년) △'애플 IIgs'(1986년) 등 후속 라인업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1980년대 내내 '롱런' 했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처세훈'으로 받았다. 매사에 성급하지 말아야 하고, 무리하게 사물을 처리하려 들면 안된다는 뜻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삼성의 문화가 만들어 진 것도 이같은 가르침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칼자루'를 휘둘러야 한다는 식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위기 상황일 수록 빠른 시간 내에 무언가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업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것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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