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우엉잡채, 아삭한 우엉과 쫄깃한 당면의 '윤기나는 만남'

기자 입력 2016. 10. 26. 15: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철 채소 우엉과 당면으로 만든 우엉잡채. 우엉은 추운 계절에도 싱싱한 기운을 온전히 전해주는 뿌리채소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상추, 오이, 호박, 가지, 부추…. 지금이야 사철 푸성귀가 흔하지만 예전에는 제철이 아니면 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가을과 겨울에도 섭취할 수 있도록 볕에 말리거나 김장, 장아찌 등의 저장음식으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길고 긴 겨울을 앞둔 가을부터 저장음식만 먹을 수는 없는 법.

자연은 추운 계절에도 구할 수 있는 싱싱한 채소를 우리에게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뿌리채소’다.

추위가 시작되면 채소들은 몸속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하기 시작한다. 봄과 여름 싱그럽던 잎은 낙엽이 돼 흙의 영양분 역할을 하고 뿌리는 땅속의 정기를 그대로 빨아들여 다음 해를 준비한다.

뿌리채소는 추위에도 싱싱한 기운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고마운 채소다. 이 중 대표적인 우엉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다. 가을에는 지친 여름을 이겨낸 우리 몸이 활성화되면서 과식을 하기 쉽기 때문에 포만감이 높으면서 칼로리는 낮은 우엉을 섭취하면 식이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엉에는 체내 독소를 해소하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는 다당류인 이눌린(inulin)과 항암 작용을 하는 불용성 식이섬유 리그닌(lignin), 인삼의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 등이 고루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11월까지 맛이 좋다.

껍질에 영양소가 많기 때문에 손질할 때는 수세미로 문질러 씻어 그대로 사용하거나 껍질을 벗겨도 아주 얇게 벗기는 것이 좋다. 최근 다이어트차로 인기인 우엉차를 만들 때에도 반드시 껍질째 활용해야 효과가 좋다. 또한 우엉은 썬 후 공기와 만나면 타닌 성분 때문에 갈변 현상이 생기므로 썰자마자 찬물에 담갔다가 건진다.

우엉은 기름과 만나면 단맛이 강해져 조리거나 볶음으로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 오늘은 손님 초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우엉 잡채를 소개한다. 우엉 잡채는 고기와 달걀 없이 우엉과 당면 위주로 만든다. 그래서 아삭한 우엉과 쫄깃한 당면 씹는 맛이 꽤 매력적이다.

잡채(섞일 잡 雜, 나물 채 菜)는 한자 이름 그대로 갖은 채소와 고기를 양념에 무쳐 볶은 음식을 일컫는다. 조선 15대 왕인 광해군이 즐겨 먹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기록에는 ‘이충’이라는 사람이 바친 잡채가 광해군의 마음에 들어 호조판서 자리를 얻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때 잡채는 어떤 조리법으로 만든 것인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후대의 기록인 ‘음식디미방’을 보면 꿩고기와 10여 가지의 채소, 버섯 등으로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당면을 주로 넣은 잡채는 20세기 초반 당면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이 생기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고구마를 캐러 강화에 다녀왔다. 지렁이를 비롯한 알 수 없는 곤충과 애벌레, 거미 등도 많이 만났다. 아이들은 고구마 수확보다 곤충채집에 더 관심을 보였는데, 얌전히 관찰하고 그 자리에 도로 놓아주도록 했다. 도시에서는 잡아 없애버려야만 할 것 같은 이 곤충들이 농촌에서는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설명도 해줬다. 이렇게 다양한 곤충과 미생물들이 모여 이룬 땅이 건강할 때 아름다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도 맺힐 것이다.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땅이 품고 키운 뿌리채소 우엉이 제철이다. 오늘 저녁에는 특별식으로 우엉을 듬뿍 넣은 맛깔스러운 잡채를 만들어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우엉 1줄기, 당면 100g, 풋고추 2개, 홍고추 1/2개, 식용유 1.5큰술, 진간장 4큰술, 물엿·흑설탕 1큰술씩, 들기름 2작은술, 흑임자·통깨 1작은술씩, 후춧가루 한꼬집

만드는 법

1 우엉은 껍질을 최대한 얇게 벗기고 채 썰어서 찬물에 담근다.

2 당면은 찬물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린다.

3 풋고추와 홍고추는 각각 5∼6㎝ 길이로 채 썬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 식힌다.

4 팬에 들기름과 식용유를 섞어 두르고 1의 우엉을 넣어 충분히 볶다가 거의 익었을 때 진간장 2큰술과 물엿을 넣고 조린다.

5 당면을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군다.

6 4의 볶은 우엉을 꺼내고 그 팬에 진간장 2큰술과 삶은 당면, 황설탕을 넣고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

7 볶은 당면에 우엉, 고추채, 흑임자, 통깨, 후춧가루를 넣고 고루 잘 섞어 완성한다.

조리 Tip

1 우엉은 껍질을 너무 두껍게 벗겨내면 우엉의 향과 영양분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얇게 벗겨낸다.

2 우엉은 채 썰어서 찬물에 담가두거나 아주 연한 식초 물에 담가 갈변을 막는다.

3 우엉을 보관할 때는 흙이 묻은 채로 신문지에 둘둘 말아 어둡고 선선한 곳에 둔다.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