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인지 에비앙 우승때 사용된 샴페인 알아보니

최현태 입력 2016. 9. 28. 13:03 수정 2016. 9. 28. 2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772년 탄생 '성공한 여성의 샴페인' 뵈브 클리코
지난 18일 열린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에서 전인지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전인지에게 뵈브 클리코 샴페인을 퍼붓고 있다. 에비앙레뱅=AP연합뉴스
지난 18일 열린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에서 전인지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전인지에게 뵈브 클리코 샴페인을 퍼붓고 있다. 에비앙 레뱅=AP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 ‘메이저 퀸’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18번홀에서 3m 파퍼트에 성공해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세계랭킹 1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등 출전 선수들이 한꺼번에 그린으로 달려나와 전인지에게 샴페인을 마구 뿌렸습니다. 단순한 메이저 우승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전인지는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는데 24년동안 깨지지 않던 메이저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더구나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메이저대회 최소타 우승기록 까지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실로 엄청난 대기록이지요.

사진을 확대하면 뵈브 클리코 로고와 레이블이 보인다.


바브 니콜 클리코 퐁사르당의 얼굴이 담긴 뵈브 클리코 캡실

 사실 골프는 물론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나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1 등 많은 스포츠에서 우승 장면때 선수들은 하나같이 샴페인을 터뜨립니다. 그런데 전인지 우승때 터뜨린 샴페인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샴페인입니다. 주황색 레이블이 인상적인 이 샴페인은 바로 ‘성공한 여성의 샴페인’으로 유명한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랍니다. 리디아 고 등이 사용한 샴페인은 뵈브 클리코 옐로우 레이블 브뤼 매그넘으로 일반 사이즈의 두배인  1500㎖ 짜리입니다. 이 샴페인은 은행가 및 직물상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필립 클리코(Philippe Clicquot)가 세계 전역에 자신의 와인을 알리겠다는 열망을 안고 1772년 가문의 이름으로 설립한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사업을 물려받은 아들 프랑수아(Francois)가 사망하자 1805년 미망인 바브 니콜 클리코 퐁사르당(Barbe Nicole Clicquot Ponsardin)이 가업을 잇게 되는데 당시 나이 불과 27세였지요. 뵈브 클리코는 ‘미망인 클리코’라는 뜻입니다. 그는 자신의 처녀때 이름을 넣어 샴페인 하우스 이름을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으로 바꾸고 샴페인 품질 혁신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는 샴페인 역사에 많은 기록을 남긴 혁신을 추구하며 뵈브 클리코를 세계 최고의 샴페인 기업으로 키웁니다. 뵈브 클리코가 오늘날 성공한 여성의 샴페이로 불리게 된 배경입니다.

뵈브 클리코 엘로우 레이블 브뤼
퐁사르당 여사의 초상화 출처=홈페이지


 당시 샴페인은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 만들었는데 퐁사르당은 1810년 상파뉴 지방 최초로 그해의 포도로만 양조하는 최고급 ‘빈티지 샴페인’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또 샴페인 발효때 생기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해 맑게 하는 양조기술 ‘흐뮈아쥬(Remuage)’와 45도 각도로 구멍 낸 틀에 샴페인 병을 거꾸로 세워 손으로 돌리면서 침전물을 모으는 나무틀 장치인 ‘리들링 테이블’도 그가 최초로 발명했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상파뉴 와인 생산자들은 그를  ‘위대한 여인’이라는 뜻인 ‘라 그랑 담(La Grande Dame)’으로 불렀다고 하네요. 1972년 뵈브 클리코 창립 200주년을 맞아 생산된 최고급 빈티지 샴페인 ‘라 그랑 담’은 바로 퐁사르당 여사에게 헌정하는 최고급 샴페인입니다. 동료 선수들이 전인지의 우승을 축하는 샴페인으로 뵈브 클리코를 고른 것은 바로 이 샴페인의 이런 역사적인 배경때문이지요.

퐁사르당이 발명한 리들링 장치 출처=홈페이지


퐁사르당에게 헌정하는‘위대한 여인’이라는 뜻의 ‘라 그랑 담(La Grande Dame)’ 빈티지 샴페인

 뵈브 클리코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답니다. 2010년 7월 핀란드 올란드제도 발트해 해저에서 무려 두 세기 가까이 가라앉아 있던 난파선이 발견됐습니다. 난파선에서 샴페인 145병이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보관상태가 매우 뛰어났고 이중 47병이 뵈브 클리코였답니다.  뵈브 클리코는 어떻게 200년을 견딜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샴페인을 생산할 수 있었을까요. ‘최고의 품질을 가진 샴페인만을 추구(Only one quality, the finest)’ 한다는 설립 당시부터 내려온 양조철학때문입니다. 뵈브 클리코는 가장 뛰어난 품질의 샴페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압착할때 가장 처음 나온 쥬스인 ‘뀌베(Cuvee)’만 사용합니다. 또 블렌딩은 주로 피노 누아를 사용하며 리저브 와인을 25~40%가량 첨가하지요.  

뵈브 클리코의 동굴 셀러. 중생대 백악기때 형성된 자연동굴 크레예르(Crayere)다. 출처=홈페이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뵈브 클리코 메종 출처=홈페이지


포도밭 또한 매우 뛰어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총 393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는데 상파뉴 17개 그랑크뤼 포도밭중 12개, 44개 프리미에크리 중 18개가 포함됐을 정도로 가장 비옥한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뵈브 클리코 또 와인 저장고로는 최적인 동굴 셀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동굴 셀러가 아니고 중생대 백악기때 형성된 자연동굴 크레예르(Crayere, 백악질 셀러)랍니다. 뵈브 클리코가 랭스 도시 주변의 크레예르 저장고를 구입한 것은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동굴 셀러의 연중 12∼18도 가량의 일정한 온도와 적절한 습도, 고요함이 샴페인을 숙성시키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뵈브 클리코의 크레예르는 모두 482개로 길이가 무려 24km에 달하고 랭스 샴페인 하우스 중에 가장 넓습니다. 유네스코는 이런 뵈브 클리코의 크레예르의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해 2015년 8월 25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답니다. 뵈브 클리코의 포도밭과 메종(와이너리 건물)도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