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오늘.. 의족으로 5373km 뛴 캐나다 영웅 떠나다

진경진 기자 입력 2016. 6. 2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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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테리 폭스, 암 연구 기금 위해 143일간 달려.. 암 전이로 22세에 사망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역사 속 오늘] 테리 폭스, 암 연구 기금 위해 143일간 달려… 암 전이로 22세에 사망]

불편한 몸으로 암연구 모금 운동을 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테리 폭스 동상./자료=픽사베이

"나는 몽상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기적을 믿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테리 폭스가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단체에 지원을 요청한 편지)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난 테리 폭스는 고등학교 시절 올해의 육상선수로 선정될 만큼 촉망받던 운동선수였다. 사이먼 프레이져대 체육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교내 농구팀 주전으로 활동했고 대학 졸업 후 체육교사가 되는 꿈도 꿨다.

이 소박한 꿈은 어느날 갑자기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나이 만 18세에 골육종(무릎뼈에 생긴 암) 진단을 받고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 것이다. 16개월간의 항암 치료와 재활 훈련 끝에 그가 얻은 건 다리 대신 의족.

그 순간 그에겐 다시 해야할 일이 생겼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암에 대한 더 깊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테리 폭스는 암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됐다. 자신이 의족을 달고 캐나다를 횡단하는 마라톤을 해 암 연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당시 캐나다 국민이 2400만명이었는데 테리 폭스는 국민 1인당 1달러씩 총 2400만 달러를 기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암 단체 등에도 편지를 써 자신의 계획을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의 계획에 무관심했고 가까운 이들은 그를 말리고 나섰다. 성공할 리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 4월 테리 폭스는 결국 무관심 속에서 캐나다 횡단 마라톤을 시작했다. 뉴펀들랜드의 세인트존스에서부터 매일 약 42km씩 달려 서쪽 끝 빅토리아 태평양까지 닿겠다는 계획이었다.

그에겐 매일 매일이 도전이었다. 부어오른 오른쪽 허벅지 살갗이 의족에 쓸려 피가 흘러내렸고 발바닥은 물집으로 엉망이 됐다. 하지만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언론에 "저를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인터뷰했다.

폭스 테리는 143일간 매일 42km씩 달렸다. 그 사이 폭스 테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유명 인사들도 그를 지지하며 모금에 참여했다.

테리 폭스의 계획은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44일째 되던 9월1일 온타리오 주 선더베이를 지나던 그의 발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기침으로 숨이 가빠지더니 급기야 쓰러지고 만 것이다. 5373km를 달린 지점이었다.

진단 결과 암이 폐로 전이된 상태. 테리 폭스는 치료를 위해 마라톤을 멈추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온 테리 폭스에게 캐나다 정부는 국민 훈장을 수여했다.

1980년 올해의 선수로 꼽히면서 캐나다 최고의 운동선수 중 한명으로 인정받았고, 1980년~1981년 2년 동안 '올해 캐나다의 뉴스메이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1년 2월 그가 목표로했던 2400만 달러의 기금 모금도 완료됐다.

테리 폭스는 그 해 6월28일 생일을 하루 앞둔 22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라톤을 끝내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1981년부터 매년 약 60개국에선 그가 달리기를 멈춘 9월의 어느날을 정해 테리 폭스 달리기(Terry Fox Run)를 개최하고 있다. 수만 명이 참석하는 이 대회는 기록도 우승자도 없는 '암 연구를 위한 1일 자선 운동'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리 폭스 달리기가 열린다.

캐나다에선 테리 폭스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건물과 도로, 공원 등이 만들어졌다.

이 드라마같은 삶은 1983년 '더 테리 폭스 스토리'(나의 청춘 5000마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됐다. 이 영화는 1984년 캐나다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 5개 부무을 수상했다.

테리 폭스는 최근까지도 캐나다 최고 영웅으로 꼽히는 등 캐나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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