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경제]기재부의 '성과'가 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박병률 기자 입력 2016. 6. 29. 20:44 수정 2016. 6. 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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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공기관 노조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70여일째 성과연봉제 무효화를 외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사진=박병률 기자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 기획재정부는 “6월10일로 120개 공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기준도 없이 밀어부쳤다. 기재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야 “공정한 성과체계를 구축해 성과연봉제가 차질없이 시행하고 안착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성과 측정의 기준도 없는 성과연봉제를 기재부는 왜 밀어부쳤을까? 이유는 간명하다. 6월14일 박근혜 대통령 보고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열리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기재부는 박 대통령에게 성과연봉제 도입현황을 보고해야 했다. 정부의 ‘데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서 노사합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와도 연계했다. ‘모범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들은 일제히 경평 순위가 상승했다. 공공기관들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절반에 가까운 54곳(45%)은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독단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기재부의 ‘성과’를 위해 공공기관들이 동원된 셈이다.

기재부는 ‘미션 클리어드’를 외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세종정부청사가 기획재정부 밖에는 공공기관 노조원들이 70여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의 동의를 받지않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94조 위반”이라며 “불법이사회와 인권유린을 통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한다. 야당도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비판하고 있다.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밀어부쳤던 공공기관은 심각한 내부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성과연봉제로 기재부는 ‘성과’를 챙겼지만 공공기관에 남긴 생채기는 너무 깊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가 중요한 사회. 이런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요원하다.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구태’에 기댔던 4대 개혁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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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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