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조한규의 맥] 중국 태산이 대권주자에게 가르쳐주는 것

2016. 7. 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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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545m의 돌산

한국을 향한 태산, 대권의 정기 상징
반기문·손학규도 다녀갔지만…
태산의 줄기는 ‘균등'의 가르침 담아

최근 중국 타이산(泰山·태산,1545m)에 올랐다. 평소 한국 대통령선거를 연구해온 필자는 한국의 많은 대권주자들이 타이산에 올라 대권을 기원한 배경이 궁금했다. 그래서 타이산에 갔다. 현장을 보지 않고 타이산과 한국 대권을 얘기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노태우, 김대중, 이회창, 이수성, 김중권, 한화갑, 손학규, 김혁규, 심대평, 홍사덕, 김덕룡 등 역대 대권주자들과 정종택, 김한규 전 장관 등도 타이산을 방문했다. 타이산은 대권과 출세를 꿈꾸는 한국의 정치인들 사이에서 복(福)을 비는 성산(聖山)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산 등반 이후 대통령이나 장관이 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심지어 북한 김일성 주석도 생전에 타이산에 다녀갔다. 몸이 불편해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중턱까지 차로 와서 산세만 둘러보고 조용히 내려갔다고 한다.

2015년 9월 4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를 비롯해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 리훙펑(李洪峰) 타이안(泰安)시 당서기 등과 함께 등산했다. 반 총장이 태산을 오를 때 비까지 내려 중국 SNS인 웨이보 등에서는 반 총장의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을 화제로 삼았다. 반 총장은 평소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이 흙 저 흙을 가리지 않아 그 높이를 이루었고)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강과 바다는 어떤 실개천도 다 받아들인다)'를 좌우명으로 삼아왔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22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중국 산동성 지난(濟南·제남, 산동성 성도)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버스를 타고 타이산이 있는 타이안(泰安:태안)시까지 갔다. 1시간 30분이 걸렸다. 차창 밖으로 중국의 풍경이 스쳐지나갔다. 지난에서부터 왼쪽으로 바위 산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의 북한산의 바위와 유사한 바위들로 이뤄진 산들이 대략 72km 가량 이어지다가 갑자기 거대한 산이 불끈 솟았다. 타이산이었다. 산세가 흡사 북한산과 비슷했다. 타이산은 156개의 산봉우리와 138개의 절벽, 130개의 계곡, 72개의 샘을 품고 있다. 한국의 지리산 정도의 규모다.

23일 오전 타이산 등산에 나섰다. 전날은 폭우가 쏟아져 타이산 입산 자체가 봉쇄됐으나 이날은 비대신 안개만 자욱하게 끼었다. 그래서 등산이 가능했다. 등산은 쉬웠다.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를 타고 타이산 정상 입구인 남천문(南天門)에 도달했다. 그리고 도보로 천가(天街), 타이산 여신 벽하원군을 모신 벽하사(碧霞祠), 중국 동방의 신 청제를 모신 청제궁(靑帝宮), 서예조각들이 즐비한 당마애(唐摩崖) 등을 거쳐 30분 정도 가니까 정상인 옥황정((玉皇頂)이 나왔다.

옥황정은 ‘옥황대제(玉皇大帝) 위패를 모신 옥황묘와 마당으로 이뤄져 있었다. 마당에는 타이산 정상을 뜻하는 ‘泰山極頂(태산극정), 1545m'가 새겨진 표식이 있었다. 표식 주변에는 소원을 비는 부적과 자물쇠들이 가득했다. 전체적으로 도교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런데 왜 한국의 정치인들은 타이산에 오르는가. 중국 타이산과 한국정치는 무슨 함수관계가 있는 것인가. 옥황대제가 계신 곳이어서 그런 것인가.

타이산은 한국의 산들과 기운이 같았다. 마치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白岳山)이나 서울의 주산인 북한산과 같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서기가 어린 안개비를 맞으며 매우 청량한 기운을 온 몸으로 느꼈다. 북한산보다 기운이 강하면서도 편안했다.

그리고 타이산 정면은 한국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운이 한국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었다. 한국의 대권주자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그 ‘한국적 정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타이산과 같은 산맥의 출발지점인 산동성 지난에는 바오투취안(豹突泉·박돌천) 등 72개의 샘이 있는데, 그로부터 72km 거리의 타이산에도 72개의 샘이 있다. 그리고 다시 남으로 72km 거리에 취푸(曲阜:곡부)가 있다. 취푸는 공자(孔子)가 태어난 곳이다. 72명의 중국 황제가 타이산에서 ‘봉선(奉禪)' 의식을 거행했다. ‘봉'은 하늘에 대한 제사이고 ‘선'은 땅에 대한 제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공자의 제자는 72명이었다.

‘72'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72'는 인간의 수다. ‘7+2'는 9다. 9는 구궁(九宮)을 의미한다. 인간의 몸에 있는 9개의 구멍이다. 그래서 72, 즉 9는 ‘완전한 인간'의 수를 의미한다. 즉, 성인(聖人)을 의미한다.

24일 취푸에 갔다. 타이산에서 취푸까지는 대평원이다. 성인 공자는 산이 없는 대평원에서 태어난 것이다. 타이산의 정기가 대평원으로 뻗어 간 셈이다. 공자는 "타이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자도 타이산에 오른 후 천하를 도모한 것이다. 공자는 타이산에서 취푸에 이르는 대평원을 바라보며 ‘평(平)'을 생각했다. 공자에게 ‘평'은 ‘균(均)'이다. 그 ‘균'을 받쳐주는 이념은 인(仁)이다. 그래서 조선은 ‘균'을 이루는 ‘성균(成均)'을 매우 중요시 여겼다. 교육기관의 이름을 ‘성균관(成均館)'이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타이산에 오른 잠룡은 두 사람이다. 반 총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손 전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2006년 봄 태산에 올랐다. 당시 손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선거 직전 태산을 등정한 뒤 대통령이 됐다. 등정을 통해 성공을 기원한다"는 타이안 시장의 덕담에 "태산에 올라 옥황정의 정기를 듬뿍 받아 경기도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었다. 또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몇몇 다른 대권주자들도 타이산 등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타이산에 올라 ‘한국적 정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이산의 정기가 취푸로 뻗어 있고, 그 결론이 ‘성균'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고르다'는 뜻을 지닌 ‘균'을 이루는 것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치인이 2017년 대권을 얻게 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귀국했다. ‘성균의 대통령'이 천심(天心)이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전 MB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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