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 감정 조절 실패가 도태 불러

최보기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2016. 9. 28. 14: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ㅣ이시카와 마사토 지음ㅣ박진열 옮김ㅣ라르고 펴냄ㅣ236쪽

9만리를 날아오르는 대붕(大鵬)은 ‘절대 자유’를 의미하는 장자 사상의 핵심이다. 이 절대자유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먼저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몸에서 힘을 빼느냐 안 빼느냐가 우생마사(牛生馬死)를 가른다. 홍수가 났을 때 휩쓸리는 물에 가만히 몸을 맡겨두는 소는 살고, 살기 위해 물살에 거슬러 용을 쓰는 말은 결국 힘이 부쳐 죽는 것이다.

역시 장자 가라사대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부딪치면 아무리 속 좁은 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나 그 배에 사공이 있다면 갖은 욕설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빈 배가 되어 노닌다면 어느 배에 부딪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라 했으니 이것이 허주(虛舟)의 삶이다. (장자, 너는 자연 그대로 아름답다ㅣ양승권 지음)

세상만사 유유자적 빈 배처럼 떠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탐욕’을 밑천 삼아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동물의 세계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약탈경제, 신자유주의라는 곱지 않은 단어들이 횡행하는 21세기 인간의 세계 역시 다를 것은 없다. 1%는 1%대로, 99%는 99%대로 분노와 질투의 감정에 쌓여 편치 않은 날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컵에 물이 아직도 반 컵이나 남았다며 상황을 낙관, 긍정하는 사람과 컵에 물이 고작 반 컵밖에 안 남았다며 안절부절 비관, 부정하는 사람 중 가급적 전자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서 기쁨, 슬픔, 공포, 불안, 두려움, 희망, 좌절 같은 ‘감정’들은 하품처럼 쉽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감정은 어떻게 진화했나>는 저것들 말고도 죄책감, 우정, 호감, 비호감, 과시욕, 호기심, 무력감 등 인간이 가진 수많은 감정들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런 감정들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 현대와 같은 복잡사회를 사는 나에게 이로울 것인가를 ‘진화심리학’적 입장에서 정리했다. “당신 나에게 감정 있어?”처럼 일반적으로 ‘감정’이란 단어를 ‘이성’에 비해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데 진화의 관점에서 따져보면 모든 감정들이 나름대로의 긍정적 역할을 가지고 있다.

원시정글에서 갑자기 맹수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공포’의 감정은 피할지 싸울지 판단과 함께 임전태세를 갖추게 하는 역동을 부른다. ‘적당한’ 두려움이나 불안 역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시’가 아닌 ‘문명의 마음’을 갖게 하는 이로운 도구다. 질투와 후회는 수확물의 분배과정에서 생기는 정당한 감정이고, 자기과시욕은 집단에 공헌하고 싶어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원천이다. 물론, 어떤 이가 공헌하려는 감정은 없고 과시하려는 감정만 있을 경우 사람들을 그를 시정잡배 또는 ‘양아치’라고 평가절하한다. 화도 적당히 내야지 참기만 하면 화병에 걸린다.

문제는 어떠한 감정이 아예 없거나 범람해 양극단으로 치우치는 사람이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집단에 해악을 끼치거나 집단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진화학적으로 이를 ‘도태’라 하는데 현대인들은 이들을 대개 ‘루저’라 부른다.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루저가 되는 개체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긍정’의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낙관적, 긍정적인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도 풀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감정을 적당하게 컨트롤 하려는 감정을 부르는 책이다. 이실직고, 이번 서평은 뒤늦게 출판사를 창업, 두 번째 책을 낸 남편을 몰래 응원하고 싶다는 아내의 ‘감정’이 있었다. 질투, 애정, 우정, 그리움, 고독 등 그 모든 감정을 지배하는 감정의 왕은 ‘사랑’이다.

<최보기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