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 '주휴수당 논란'을 넘어 / 김공회

2016. 6.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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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년 찾아오는 최저임금 결정 시즌이다. 올해는 금액 자체뿐 아니라 고시 방법을 둘러싸고서도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이제껏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고시되는 게 관례였으나 노동계에서 이를 월급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왜 이런 걸 가지고 싸우나’ 싶기도 하다. 시급이 모이면 일당이 되고, 일당이 모이면 자연 월급이 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임금 결정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덧셈과 곱셈이 통하지 않는다. 주범은 ‘주휴수당’이다. 우리 법에서는 주당 15시간 이상 고용할 경우 노동자에게 하루의 주휴수당을 의무 지급하도록 돼 있다. 예컨대 한 대학생이 평일 내내 하루에 3시간씩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면 그는 15시간이 아니라 18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요컨대 시급으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이 주휴수당의 존재와 그 계산법을 잘 몰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고, 또한 이를 악용하는 업주들도 많으니,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아예 주휴수당이 고려된 월급을 단위로 하자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 반대하는 경영계의 ‘저의’가 무엇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정말로 개탄스러운 것은 저 ‘하루의 주휴수당’을 넣느냐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문명 수준이다. 주휴수당이라는 게 뭔가? 일주일 열심히 일했으니 하루는 쉬되 그 하루의 삶을 재생산하는 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돈이 들 것이기에 받는 게 주휴수당이다. 이 휴일은 한주간 소진된 노동력 회복에 필수적이라는 뜻에서 거기 드는 비용은 전액 임금의 개념에 포함됨이 마땅하다. 우리의 법률은 바로 이 점을 적시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급휴일도 이틀이 되어야 마땅하나 현행법상에서는 오직 하루만의 주당 유급휴일을 강제하고 있을 뿐이다. 주5일제를 도입할 때 경영계가 극렬히 반대해 유급휴일은 하루만 강제하고 나머지는 노사 자율에 맡기도록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는 법적으로 ‘5일 일하고 6일치 받아서 7일 살아야 하는’, 아주 괴이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문명국’이라면 이제 주5일제 도입도 10년을 훌쩍 넘겼으니 저 ‘6일치 받아서’ 부분을 ‘7일’로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인데, 지금 최저임금위원회는 확실한 ‘6일치’의 지급에 반대하는 경영계의 ‘뻗치기’로 공전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휴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임금 지급의 시간범위를 늘려갈수록 거기 포함될 요소들은 늘어난다. 하루 3시간 일하는 ‘알바’에게 홀어머니를 위한 가족수당이나 자녀의 교육비, 자신의 노후보장비 등을 지급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미 보편적인 임금의 요소들로 고려되고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을 ‘시급제’ 노동자에게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가? 노동 유연화로 시급제 비정규 노동이 일반화한 지금, 이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니 이런 사항들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안건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현재의 사태가 더 개탄스럽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편, 이에 대해 인류가 고안한 가장 유력한 방안이 바로 복지국가다. 노동자의 삶의 재생산에서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 부분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국민복지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시장임금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 증폭될 것이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g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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