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 병역 의무와 특례 사이 / 박병수

2016. 6. 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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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산율 저하로 2023년이 되면 군에 입대할 병력이 부족하게 되니 병역특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국방부가 뭇매를 맞았다. 예상되는 부족 인원은 2만~3만명이고,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는 현역 입영 대상자가 해마다 2만8천여명이다. 그러니 병력 부족을 우려하는 군 당국 입장에선 아귀가 맞는 대안이다. 그러나 병역특례로 생산유발효과가 1조87억원이고 부가가치유발효과가 2719억원이라는 등의 경제 파급효과가 제기되고, 병역특례가 폐지되면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해외로 떠날 것이라는 ‘협박’도 쏟아졌다.

국방의 의무는 헌법상의 의무다. 그럼에도 이를 대신하는 병역특례가 인정된 건 현역 입영 대상자가 군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군 입대 인원이 모자라게 됐으니 국민개병제의 원칙을 더 엄격히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 국방의 의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산업계에서 생산·연구활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갈음하는 건 예외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름부터 ‘특례’다. 원칙을 확인하는 것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비정상의 정상화’에도 맞는다.

그러나 논점을 바꾸면 다른 곳에 길이 있을지 모른다. 현재 군 병력은 63만여명이다. 국방부는 2022년까지 52만2천명 수준으로 군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감군을 해도 현재 35만명 수준인 20살 남자 인구가 25만명 이하로 급감하게 돼 병력이 부족하게 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52만2천명은 병력이 부족하냐 아니냐를 가르는 절대 기준이 아니다. 안보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군사전략을 채택하는지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애초 노무현 정부가 대대적인 병력감축 계획을 내놓았을 때 핵심 전제조건은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추가적인 전력 증강이었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흐르면서 남북관계는 파탄을 맞았다. 반면 전력 증강은 경제난 등을 이유로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때 평균 8.8% 증가했던 국방 예산은 이명박 정부 때 5.2%로, 박근혜 정부에선 4%대의 증가율로 뒷걸음쳤다.

병력감축 계획을 가능하게 했던 전제조건의 양대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으니, 병력 부족에 대해 정부가 양보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애초 노무현 정부의 계획에서 2020년대의 병력 규모는 50만명이었다. 52만2천명은 이명박 정부 때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가를 이유로 늘린 수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어느 때보다 고조된 남북 긴장 국면에서도 병역특례 폐지 반대 여론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원칙 관철’을 강조하던 국방부는 며칠 못 가 “왜 쓸데없이 논란을 일으키느냐”는 청와대의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대북 강경책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를 불렀으나, 군사적 대비책엔 말뿐인 형국 같다. 만약 2023년이면 박근혜 정부가 이미 물러난 뒤인 다다음 정부 때의 일이니 우리가 골치 아픈 일에 손댈 이유가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갈수록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는 감당하기 버거운 환경이 되고 있고, 대책 없는 대북 강경책의 비현실성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병역특례 폐지니 병력 부족이니 하는 문제에도 전혀 다른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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