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의료 마피아로 불똥튄 '바이두 검색 스캔들'

2016. 5. 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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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 대학생 악성종양 사망.. 바이두 추천병원서 엉터리 치료
지난달 13일 중국 산시성 셴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웨이쩌시의 부모가 웨이쩌시의 영정사진을 안고 흐느끼고 있다. 차이신

그야말로 일파만파(一波萬波)입니다. 평범했던 스물한 살 대학생의 죽음이 중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업체 바이두는 궁지에 몰렸고, 중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그 뒤에는 바로 네티즌의 힘이 있습니다.

시안 전자과학기술대에 다니던 웨이쩌시(21)가 세상을 떠난 건 지난달 12일입니다. 2014년 4월 웨이씨는 근육과 힘줄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인 활막육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5년 생존율이 20∼50%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이두의 ‘추천 검색’으로 찾은 건 베이징 무장경찰 제2병원이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들여왔다는 종양 생물면역치료법을 자랑한 곳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 치료법은 미국에서는 임상통과도 되지 않았습니다.

웨이씨는 그해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변에서 빌린 20만 위안(약 3550만원)을 들여 치료받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실망한 그는 올 초 ‘묻고 답하기’ 전문사이트인 ‘즈후’에 “바이두에 속았다”면서 바이두의 추천 검색 광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립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달 30일 즈후 사이트에서 ‘웨이쩌시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로 옮겨 붙습니다. 네티즌들이 먼저 나섰고,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매체들도 무책임한 바이두를 비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바이두 검색 결과가 아니라 다른 의사의 추천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묻혀버렸습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19일 ‘인터넷 안전 및 정보화 좌담회’에서 “각급 정부, 당 기관 간부들은 자주 인터넷에 접속해 대중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고 좋은 건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기 때문일까요. 중국 당국은 신속히 움직였습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도로 정부합동조사팀이 구성됐고, 지난 2일 바이두 리옌훙 회장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바이두는 납작 엎드려 “무장경찰 제2병원의 부당행위가 확인되면 웨이쩌시 유족들이 보상을 받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군사위 직속 후근보장부 위생국 등은 무장경찰 제2병원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네티즌들의 다음 타깃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푸톈계열’로 불리는 민간 병원들입니다. 바이두가 광고비를 받고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올려주는 병원 대다수가 바로 푸톈계열이기 때문입니다. 푸톈은 중국 푸젠성의 해안 도시로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이 중국 민영병원의 80%를 장악해 의료계의 마피아로 통합니다. 1990년대 후반 공립병원의 일부 진료 과목을 외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급성장했습니다. 무장경찰 제2병원도 푸톈계열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네티즌들은 푸톈계열의 전국 병원 명단을 퍼 나르고 있고 언론들도 푸톈계열 병원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습니다. 바이두의 2013년 광고수입은 260억 위안(약 4조6000억원)으로 이 중 푸톈계열 병원이 바이두에 지출한 광고비만 120억 위안(약 2조1200억원)에 달합니다.

중국인들은 이번 기회에 병원이 돈버는 데 혈안이 된 곳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공익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포털 업체들의 검색 광고에 대한 검증도 보다 철저해져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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