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5만원 하는 예약권이 83만원".. 中병원에 암표상 들끓는 까닭

입력 2016. 2. 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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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부족한 맹점 노려 활개, 항의하는 여성 영상 대륙 달궈.. 당국, 단속 강화 등 대책 발표

찬바람이 불던 지난해 11월 어느 날 올해 서른다섯 살인 우위톈씨가 전동오토바이를 몰고 1시간이나 달려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베이징대 제1의원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병원 접수창구 앞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맡았다는 표시로 둔 의자와 물병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이라 산부인과 전문의 진료 예약을 위해 왔는데 오전 7시 접수창구가 열리자마자 다 ‘매진’입니다. 우씨에게 암표상이 접근합니다. 그는 “원래 14위안(약 2500원)이던 진료예약권을 300위안(약 5만5000원)이나 달라고 한다”면서 “너무 비싸 거절했다”고 전합니다.

중국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기차표처럼 미리 ‘예약 티켓’을 사야 합니다. 가격은 일반의냐 전문의냐에 따라 다르고 전문의도 지명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이 틈을 노리고 병원에서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최근 중의학 전문으로 유명한 베이징 광안먼의원에서 암표상들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리는 한 여성의 동영상(사진)이 중국 인터넷을 달궜습니다. 지난달 19일 촬영된 영상에서 이 여성은 “300위안 하는 진료예약권을 4500위안(약 83만원)에 사라고 한다”면서 “접수 직원과 암표상들이 내통한 게 틀림없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 여성은 원래 동북지방에 거주하지만 엄마의 병 치료를 위해 베이징에 왔다고 합니다. 병원 근처 지하 방을 하루 130위안 주고 얻은 뒤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를 등에 업고 병원을 찾았지만 번번이 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베이징시 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병원 암표상들에게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섭니다. 공안 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50명 이상의 암표상을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비응급 진료 전면 예약제 도입, 진료예약 실명제 실시, 암표상 단속 강화 등 ‘8대 대책’을 발표합니다.

사실 중국에서 병원 암표상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관영 CCTV는 2013년 베이징 주요 병원들의 암표상 문제를 집중 보도하며 관련 당국의 합동 단속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광안먼의원의 한 보안담당자는 지난해 암표 거래현장을 적발해 넘긴 경우만 200여 차례였지만 암표상들은 길어야 5∼7일 구류만 살면 다시 돌아와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증언합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나 항저우 등 1선 도시들의 대형 병원에는 여지없이 암표상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암표상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베이징시 위생계획생육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베이징의 A급 병원들이 진료한 환자는 1억1000만명이나 됩니다. 이 중 70% 이상은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오는 환자입니다. 베이징셰허(協和)의원의 황위광 교수는 “암표상의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이러한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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