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스마트폰 뺏으면 오히려 시험 성적 떨어진다"

송민섭 2016. 8.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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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핸드폰에 갇힌 놈!놈!놈!'의 한 장면.

수업이나 시험 도중 학생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은 교육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 사용은 면학 분위기는 물론 학생들 집중력까지 흐트린다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싱가포르경영대학(SMU) 연구진은 18∼29세 대학생 87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소지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차이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인간행동과 컴퓨터(Computers in Human Behavior)’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억력 테스트를 보기 전 스마트폰을 반납한 그룹의 평균 성적은 스마트폰을 소지한 채 시험을 치른 그룹보다 17%포인트 낮았다고 밝혔다. 또 스마트폰 미소지 그룹의 경우 인지능력에 관한 특정 과업에서 다른 과업으로 전환할 때 반응시간도 소지 그룹에 비해선 오래 걸렸다.

이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소지를 금지할 경우 이들의 시험 성적은 평균 6% 상승했다는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최근 연구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세대의 스마트폰 중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결론 지었다. 안드레 할탄토 SMU 교수는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한 학생들의 걱정과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부작용이 인지기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실에 휴대전화 보관 장소를 별도로 마련한 중국 허베이사범대학.  사진 출처 = 차이나뉴스닷컴

연구진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교내 반입이나 소지 자체를 막기보다는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적 휴식’ 시간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할탄토 교수는 "기술적 휴식 시간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조절 능력을 갖게 해 결과적으로 (디지털)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중등학교의 3분의 1 정도는 교내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금지했고, 5분의 1 정도는 수업 시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의 2013년 전국 초중고교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58.7%, 중학교 85.6%, 고교 65.2%가 학생들 휴대전화를 아침에 수거해 하교 시간에 맞춰 돌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초중고생의 81.5%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한국교육개발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휴대전화 관련 학칙 규정이 지나치다"는 A중학교 유모(16)군의 진정에 대해 지난 6월 "학교 본연의 임무 달성과 교육 목적 실현, 내부 질서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제한의 정도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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