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하나만 있으면 돼, 맵시나는 매듭팔찌

2015. 8. 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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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스타일

반지·머리띠·열쇠고리까지 한가닥 한가닥 정성으로 만드는 매듭 공예…잡생각 없애는 데도 그만

아무런 도구 없이, 오로지 맨손만으로 실을 엮어나가는 매듭 공예는 동서양 모두에서 오래된 손기술이다. 매듭으로 만든 팔찌, 반지, 노리개, 드림캐처, 열쇠고리, 머리띠 등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차근차근, 한가닥 한가닥 실을 엮고 묶는 과정을 반복하려면 정성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매듭으로 액세서리 하나를 완성하는 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금붙이처럼 반짝이지 않아도 충분히 예뻐서인지, 매듭 공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검색창에 '매듭 공예'를 넣어보면, 이를 가르쳐주는 문화센터와 공방, 매듭용 실과 부속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여러 곳 나온다. 초급 과정의 경우 주 1회 4주 코스 10만원대, 8주 코스 20만원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직접 배우고 싶다면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면 된다. 매듭 공예용 실과 부속품은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살 수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선 다양한 매듭 팔찌 만들기 키트도 판매한다. 과정샷과 설명을 보고 혼자 따라할 수 있는 매듭 공예 관련 서적도 여러권 나와 있다.

최근 출간된 <스타일을 더하는 매듭 팔찌>는 서울 혜화동에서 5년째 '꽃분이 매듭공방'을 운영하는 조영미씨가 낸 두번째 책이다. 매듭 팔찌 36종류와 이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매듭 공예 강습을 하고, 기업과 학교에 강의도 나가는 조씨는 "힐링되는 기분이 들어서" 매듭 공예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10년 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돌아올 때 친구가 선물로 준 매듭 팔찌가 시작이었다. 한국에서도 소원을 빌며 착용한 실팔찌가 끊어지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원팔찌'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조씨는 아무 도구 없이 그저 실만으로 만든 팔찌가 신기했고, 볼 때마다 이걸 선물한 친구의 마음도 생각났다고 한다. 취미로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여기저기 뒤지며 매듭 공예를 독학하면서 팔찌와 액세서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길 5년. 그러다 아예 매듭 공예를 업으로 삼기로 했다.

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중심실 가운데 두고엮는실 엮어 조이는 과정 반복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

지난 20일 오후 조씨의 공방을 찾아가 매듭 팔찌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공방에 가기 전 미리 책을 보고 만들어보고 싶은 디자인도 정해뒀다. 드림캐처도 한번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조씨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해보시는 거죠? 이게 그렇게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기본 매듭으로 팔찌 하나 만들어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려요. 말씀하신 (복잡한) 팔찌나 드림캐처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씩 걸리는 것들이에요." 살짝, 김이 빠졌다. 가느다란 팔찌 따위, 10분이면 만들지 않을까 우습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 이 팔찌 진짜 예쁜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은 채, 그가 내미는 면사 꾸러미를 건네받았다.

매듭의 기본인 평매듭으로 팔찌를 만들기로 했다. 평매듭 팔찌를 만들려면 중심실(매듭이 엮여나가는 뼈대 역할을 하는 실) 1가닥과 엮는실(매듭의 모양과 색을 내는 실) 2가닥이 필요하다. 팔찌의 고리 부분에서만 색이 드러나는 중심실 65㎝는 청록색으로, 엮는실 150㎝는 하늘색과 자주색으로 골랐다. 실 3가닥을 가지런히 모은 뒤 가운데 지점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탁자 위에 고정시켰다.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쪽의 실 3가닥으로 머리카락을 땋듯 4㎝가량 땋고, 땋은 부분을 반으로 접어 작은 고리 모양으로 만든 뒤 아랫부분을 묶었다. 완성된 팔찌의 잠금장치 역할을 할 지름 1㎝가량의 나무볼을 끼울 고리가 된다. 책받침처럼 납작하고 평평한 판 위에 집게로 고리 부분을 고정시킨 뒤, 중심실과 엮는실 각각 1가닥을 가운데에 가지런히 모았다. 남은 엮는실 2가닥은 양쪽으로 펼친 뒤 '4'자 모양을 만드는데, '1'자 역할을 하는 실을 중심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통과시킨 다음 실 2가닥 모두를 단단히 조여준다. 그다음부턴 무한 반복이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잘하시는데요?" 자신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고 있을 뿐인데도, 조씨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괜히 으쓱해졌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손으로 하는 모든 것에 재능이 없지만 그나마 뜨개질, 바느질처럼 실을 갖고 노는 건 좀 나은 덕분인가 싶었다.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조씨는 "매듭이 좋은 게, 하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시간이 잘 가요.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뭐가 하나 만들어져 있으니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요"라고 했다.

매듭을 손목 둘레 정도 길이로 엮으면 마무리 단계다. 실끝을 모두 모아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뒤 나무볼 안에 끼우고, 매듭이 끝나는 부분을 꼭 묶으면 된다. 남은 실가닥들은 1㎝ 정도만 남기고 깨끗하게 잘라냈다. 제법 그럴싸한 평매듭 팔찌가 완성됐다. 시계를 보니 그새 40분이 지났다. 처음 욕심대로 복잡한 팔찌나 드림캐처를 만든다고 우겼다면 집에 못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에게 줄 선물을 만들 여유를 느끼는 40분이라면.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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