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채병건 2016. 10. 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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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의 일이다. 미국 워싱턴 시내 한국 특파원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외신프레스빌딩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남루한 행색의 한 백인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선생님(sir)”이라고 부르면서 돈을 달라고 구걸을 했다. 마음이 급해 “미안하다”고 짧게 거절하고 건물 출입문을 들어서는데 뒤통수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걸인 노인의 비아냥이 돌아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뒤를 돌아보니 이 노인은 벌써 저만큼 걸어가고 있었다.

그간 미국 대선을 보면서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가였다. 주류 언론은 트럼프 결사 저지로 나선 지 오래고 접촉하는 싱크탱크 인사들도 사석에선 트럼프 지지를 비웃지 옹호는 없었다. 지난 15일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우연히 만난 한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전문가는 “공화당은 젭 부시를 후보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지금쯤 미국 대선이 막상막하의 대결로 가고 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단 한 차례도 3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 집계). 미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주류 언론이 뭐라 하건 트럼프 지지세는 사라지지 않는다. 확장이 되지 않을 뿐 트럼프가 성추행을 했건 탈세를 했건 지지 철회는 없다. 트럼프 지지세가 왜 이리도 끈질긴지를 설명해 주는 근거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 6일 발표했던 미국 국민 여론조사다. 이에 따르면 미국 사회의 반이민 정서는 만만치 않은 단계에 도달했다. 이민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4명 꼴인 43%나 된다. 정당별 지지로 보면 민주당 지지자는 27%에 불과한데 공화당 지지자는 67%로 크게 올라갔다. 특히 핵심 트럼프 지지자들은 10명 중 8명(80%)이 이민은 심각한 위협이라고 응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불법 이민을 차단하는 데 최우선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들은 이미 이 문제가 주요한 이슈라고 여기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세계화를 놓고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응이 가장 부정적이다. 세계화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전체적으론 65%가 나왔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49%에 불과했다.

클린턴 진영은 여전히 ‘트럼프 숨은 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지난 1차 대선 후보 TV 토론을 기점으로 각종 여론조사의 지표는 클린턴 승세가 굳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트럼프는 세 차례의 TV 토론에서 ‘발끈 트럼프’가 아닌 ‘믿음직스러운 트럼프’를 보여주는 반전으로 표를 확장할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해도 우리만의 세상을 원했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그건 미국이 아니라는 반트럼프 진영의 균열은 해소되지 않는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소수로 몰릴수록 오히려 응집력이 커지고 생각은 더 극단화될 수 있다. 미국의 숙제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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