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베이너·도요타·폴크스바겐의 눈물

김현기 2015. 10. 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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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br>워싱턴 총국장

지난달 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의회합동연설의 또 다른 백미는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의 눈물이었다.

 교황이 연설할 때도, 의회 발코니 옆에 교황과 나란히 서 있을 때도 베이너는 연신 눈물과 콧물을 훔쳤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날 베이너는 하원의장, 의원직을 모두 던졌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 베이너의 눈물은 세속의 짐을 내려놓는, 종교적으로 보면 은혜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는 ‘의회의 대통령’으로 주변을 돌보지 않고 오만하게 군림하던 이의 패배의 눈물로 본다.

 베이너의 눈물을 보며 떠올린 장면이 있다. 5년여 전인 2010년 2월 24일. 장소도 같은 미 의회였다.

 도요타 창업가 4대째인 도요다 아키오는 사장 취임 반년여 만에 미 하원 청문회에 ‘소환’됐다. 당시 도요타는 1937년 창업 후 최초로 세계 판매대수 1위에 막 올라선 시점이었다. 하지만 가속페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에 몰리면서 도요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8.1%에서 11.6%로 급락했다. 최대 수혜자는 당시 미국 시장에 올인하던 독일 차 폴크스바겐(VW)의 몫이었다.

 “언제부터 결함을 알았느냐.” “가속페달의 원리를 알고는 있느냐.”

 이날 8시간 동안의 청문회에서 53세 아키오는 미 의원들의 추궁에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청문회가 끝난 직후 아키오는 미주 지역 도요타 종업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미 언론들은 “청문회에 불려 간 억울함 때문”이라 해석했다. 나중에 아키오로부터 그 ‘눈물’에 대해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내가 그들(미국 내 고객과 딜러, 판매점)을 지켜줘야지 생각했는데, 실은 그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깨닫자 눈물이 쏟아졌다.”

 귀국 직후 아키오는 작업복 차림으로 나고야 본사에 2000명의 간부를 총 소집했다. 지방 및 해외 지사 9000명은 영상으로 호출했다. “(청문회) 보셨죠?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아키오는 이 대목에서 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도요타 직원들은 이 눈물을 단순한 억울함이 아닌 ‘깨달음의 눈물’로 읽었다. 그리고 도요타는 3년 후 1위로 복귀했다.

 눈물은 돌고 도는 것일까. 5년 전 도요타 리콜 사태 당시 어부지리를 차지했던 유럽의 톱 기업 VW가 이번에는 눈물의 주인공이 됐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때문이다. 이번 수혜자는 하이브리드카에 특화해 온 도요타의 몫이 됐다. 5년 전과 정반대다. 도요타가 세계 1위에 등극하자 문제가 터졌던 것처럼 VW도 올 상반기 세계 1위로 올라서자마자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 ‘1위의 저주’라 할 만하다.

 미국·일본·유럽 ‘톱’의 눈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준비할 것인가. 군림에 자만하고 오만해지는 순간 훅 가는 세상이다. 타인의 눈물을 그저 ‘물’로 보다간 정작 본인이 눈물 흘리게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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