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대통령에게 천안문은 고민이어야

최형규 입력 2015. 8. 29. 00:07 수정 2015. 8. 2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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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br>베이징 총국장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베이징 천안문에 오른다. 중국의 항일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을 위해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중국과 항일 역사에 대한 가치 공감, 정치·경제·안보 차원의 유대를 위한 외교 행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대통령에게 천안문은 그 이상의 의미여야 한다.

 명나라 영락 18년(1420년)에 건설된 천안문의 원래 이름은 승천문(承天門)이다. 하늘의 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청나라 순치 8년(1651년)에 재건돼 이름을 천안문으로 바꿨는데 역시 하늘의 권력을 받아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이 문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중화부흥’이다. 중국의 세계경영은 역사(하늘)의 필연이고 관성이라는 의미다.

 대통령이 설 천안문 성루에서 좌측 11시 방향 300여m 지점에 국가박물관이 있다. 바로 그곳이 2013년 말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취임하자마자 정치국 상무위원 6명과 함께 달려가 중화부흥 결의를 다졌던 곳이다. 대통령이 열병식 너머로 그 박물관을 보며 한민족 부흥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천안문은 출전하거나 개선하는 군을 황제가 직접 사열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 거기에서 중국의 첨단무기가 공개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칼 같은 병사들의 열병 행진이 벌어질 것이다. 말 그대로 세계를 향한 중국의 군사굴기다. 그래서 대통령은 천안문에서 우리의 국방을 고민해야 한다. 자위를 위한 외교 육도삼략(六韜三略)도 같이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이 미국에 기대지 않는 자주국방의 시작이었으면 더 좋겠다.

 천안문 성루 아래로 5개의 문이 있다. 그중 가운데 가장 큰 문은 황제 전용문이었다. 명과 청의 관리는 물론 주변국 사신들은 그 옆 4개의 쪽문(?)으로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午門)에 들었다. 조공 외교를 펼쳤던 우리 조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황제를 만나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했다. 대통령은 성루 아래 좁은 문으로 드나들었던 조상의 무겁고 지친 발걸음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니 들릴 것이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무슨 다짐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 고민이 국가 개혁의 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공천에만 매달리는 정치 개혁부터 했으면 좋겠다.

 천안문 성루는 1950년대 김일성이 마오쩌둥과 함께 혈맹을 과시하며 두 번이나 올라 열병식을 지켜봤던 곳이다. 그곳에 박 대통령이 선다.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낭만적 표현보다 적과 우방 없이 힘과 국익의 논리대로 굴러가는 정글의 국제사회가 바로 천안문이다. 그래서 통일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 고민이 대통령 바로 뒤에 서 있을지도 모를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시작됐으면 좋겠다. 마침 남북 고위급 회담이 타결돼 한반도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지 않는가. 누가 아는가. 그 악수가 통일의 서곡이 될지.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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