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한·미 동맹을 돈으로 계산하지 말라

채병건 2015. 8.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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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br>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 브리핑룸을 찾았을 때다. 미 국방부가 탄저균 배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브리핑을 기다리는데 몇몇 미국 기자들이 자기들끼리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을 비난했고 한국 언론이 반발했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국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는 앞서 한 유세장에서 한국을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버는” 나라로 표현한 뒤 그런데 안보는 미국에 맡긴다고 비판했다. 이를 놓고 “미쳤다(crazy)”고 반복해 말했다. 한국은 미국에서 자동차·휴대전화·TV를 팔아 달러를 챙기면서 정작 자신들의 안보는 미군에 의지하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은 이미 미국에서 계속됐던 주장이다. 하지만 어쩌다 대선주자라는 사람의 입에서까지 나오는지 어이가 없다.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의 핵심임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의 도발 위협만으로도 한국 증시가 휘청거릴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만 희생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결코 아니다. 한국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매년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한다. 정부 통계를 살펴보니 2010년 7904억원에서 올해 932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로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때 미군 3만7000여 명이 전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축이라는 점이다. 피로 맺어진 과거와 안보를 함께 책임지는 현재가 결합해 한·미 동맹은 한국 대외 정책의 틀이자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트럼프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

 지금까지 한국은 예외 없이 거의 모든 국내외 현안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적으로 대립하는 현안에선 언제나 미국 편이었고,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나 이라크 난민 구호 등 미국이 주도하면 없는 살림에서 돈을 마련해 참여했다. 이라크전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당시 부시 정부를 따라 미국·영국에 이은 세 번째 규모로 파병했다.

 올 초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두 명을 잔혹하게 참수해 일본 국민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는데 한국은 이미 파병 당시인 2004년 한 젊은이가 이슬람 테러단체에 참수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지금도 당시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피살 사실을 알리는 우리 당국자의 참담했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에 앞서 베트남전에선 한국군 5000여 명이 전사했다.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를 일정 부분 책임지는 뒤에는 한국 역시 미국과 함께 간다는 동맹 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른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미국 내에서 안보 무임승차론이 거세지면 한국에서도 반발을 초래한다. 가장 극단적인 반발은 더는 미군 핵우산을 믿을 수 없다는 자체 핵 개발론이다. 이는 동북아를 핵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물론 북핵을 정당화할 수 있어 현실성도 없고 현실화돼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런 허망한 얘기들이 태평양을 사이에 놓고 오갈수록 한·미 동맹은 금이 간다. 그러니 동맹을 돈으로 계산하지 말라.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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