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조성철 제로투세븐 사장

심희정기자 2015. 11. 30. 1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익보다 아이들 건강·감성 우선.. 출산 장려에 힘 보태야죠"토미피티 젖병도 한국 어린이 위해 英서 별도 개발 후 수입中 역직구몰 공략·모바일 플랫폼 강화해 해외시장서 승부수섀르반도 내년 재탄생.. 국내 유아동복 1위 넘어 세계로

"창업주 김복용 선대 회장의 설립 모토가 '건강한 아이들, 행복한 가정'입니다. 이는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줍니다. 한국은 지금 악천고투 중입니다. 그런데도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직원들의 한 뜻입니다. 부모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제공해 그들의 짐을 덜어주고 결국 국가적으로 출산을 장려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죠."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1.20명으로 지난 2001년 이후 15년간 내리막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는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었고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소비위축이 더 심각해졌다. 연속된 악재는 국내 유아동업계 1위 제로투세븐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조성철(사진) 제로투세븐 사장은 2013년 부임 이후 가장 짙은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직원들과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 사장은 얼마 전 직원의 복지혜택 차원에서 마련했던 최대 80% 할인 '패밀리세일'을 일반 고객에게 처음 오픈한 행사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부모들로 발 디딜 틈 없는 현장을 목격하며 새삼 회사의 모토를 되뇌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싼 옷과 용품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상은 이 땅에서 그만큼 육아가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넉넉지 않은 우리네 부모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 위해 제로투세븐이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수입 제품을 들여올 때도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의 감성 및 신체 균형 발달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며 "영국 1등 브랜드인 토미피티 젖병의 젖꼭지도 한국 어린이를 위해 영국 본사에서 별도로 개발 중"이라고 귀띔했다.

제로투세븐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막냇동생 김정민 회장이 이끄는 매일유업 자회사로 '0세부터 7세(zero to severn)'까지 유아동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토털 임신·출산·육아 전문 기업이다. 마트 브랜드 알로앤루·포래즈·알퐁소 등과 백화점 브랜드 섀르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설립 후 2012년부터 아가방을 제치고 유아동 업계 매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조 사장은 한국시장의 저출산·고령화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핵심 시장은 역시 중국. 최근 중국은 두 자녀 허용 정책이 통과되면서 유아동복 시장의 성장세가 연간 10% 이상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힌다. 제로투세븐은 2007년부터 중국법인을 세우고 현지에 2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6년간 평균 성장률이 34%에 달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알로앤루는 중국 A급 백화점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자카디'나 '알마니 주니어'와 같은 급으로 분류된다. 현지에서 짝퉁 회사와 브랜드·매장까지 생길 정도. 조 사장은 "중국에서 인구 증가로 중저가 유아동복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중저가 브랜드인 포래즈와 알퐁소까지 가세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했다.

조 사장은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국가 간 시장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한다. 이제는 '모바일 퍼스트'가 아니라 '모바일 온리'라는 것. 제로투세븐의 기존 이커머스 베이스가 '웹'이라면 이번주를 기점으로 '앱'으로 옮겨 '모바일 쇼핑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에서 우선 쇼핑몰 내 정책과 할인혜택 등이 모바일에서도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한편 얼마 전 오픈한 직구몰(제로투세븐닷컴 중문쇼핑몰)도 모바일 쇼핑 체제로 강화해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광군제 매출 중 모바일 구매 비중이 70%에 달했습니다. 제로투세븐의 역직구몰 역시 모바일 비중이 더 높고요. 기획·마케팅·기업고객만족도(CRM)·고객서비스(CS) 등 모든 프로세스도 모바일 체질로 바꿀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체 빅데이터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 성향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되겠죠. 고객의 취향 및 쇼핑 패턴에 맞게 다양한 상품이 큐레이션 될 수 있도록 고객 반응형 쇼핑몰도 오픈할 계획입니다."

관건은 제로투세븐 앱의 확대 전파다. 그는 오는 2016년 사물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제로투세븐의 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옴니채널 융합 비즈니스로 안착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궁중비책도 내년 초 중국에서 위생허가가 난다. 이미 국내 면세점 내 3.3㎡ 매장에서 월 1억5,000만원씩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알로앤루와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티몰 글로벌 역직구몰에서 궁중비책 매출은 벌써 절반을 넘어섰다.

조 사장은 해외 직구몰의 성공적인 운영을 인정받은 만큼 '플랫폼 리딩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짰다. 올해 단독으로 중국에 쇼핑몰을 열었고 티몰 글로벌 JD에 역직구몰을 운영 중이며 법인도 상하이법인·차이나법인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유통 채널의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제로투세븐이 한국 유아동기업으로 전문화되면서 마케팅 대행과 결재·물류·협상력·로열티 부분에서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차이나법인은 중국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의 교두보 역할을 맡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2020년께 한국 제로투세븐의 규모보다 차이나법인이 더 클 것으로 확신합니다."

론칭 3년 차에 접어든 북유럽 감성 키즈 전용 아웃라이프 브랜드 섀르반은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백화점 내 수입 브랜드와 경쟁하다 보니 매출 압박에 시달린 나머지 기획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 사장은 디자이너들을 다시 북유럽으로 보내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최근 유아동업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오른 '모이몰른(한세드림)'을 론칭한 안경화 상무를 10월 어렵게 스카웃했다. 모이몰른은 최단기간 150개 매장을 오픈하며 북유럽 유아동복의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조 사장은 "가장 핫한 유아동복 브랜드를 기획부터 론칭까지 성공시킨 전문가인만큼 2016년 섀르반은 새로 태어날 것"이라며 "스토리를 강화하고 북유럽 컬러에 가격과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아우터에 집중했던 데서 최신 트렌드에 맞게 티셔츠나 니트 등 데일리웨어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유아동복 1위를 넘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제로투세븐의 자신감은 건전한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건강한 기업을 만들면 그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게 조 사장의 지론. 제로투세븐은 창립 15주년을 맞아 6월부터 직원의 아이디어를 공모, 2달간 지속적인 토의 끝에 기업의 가치관을 재정립했다. 외부 컨설팅 없이 전 직원이 2달에 걸쳐 핵심 가치를 찾기 위해 시리즈 토론을 이어갔다.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잘하는구나, 이런 열정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가치체계가 제대로 정립해 있으면 사장은 의사결정할 게 없죠. 가치체계 매뉴얼에 물어보면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권한을 가치체계에 위임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스스로 찾아낸 핵심 가치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신뢰'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 △상호 공감하는 '소통'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이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책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 사장은 그동안 열악했던 유아동업계의 모범이 될 만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오너인 김 회장이 앞장서 수요 패밀리데이·정시퇴근제를 비롯해 각종 다양한 복리 후생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야근하지 않는 팀에 보상을 내리고 30분 추가 점심시간을 제공해 독서 및 자기계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야근계를 내지 않으면 아예 컴퓨터가 꺼지도록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조직은 건강한 웃음으로 가득 차고 습관적 야근은 50% 이상 줄었으며 비용도 절감됐다. '2020년 직원들이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이 서서히 실현되는 모습이다. 그는 "이제는 가치체계가 내재화돼 회장과 사장과 직원이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같은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시장이 척박해도 이제는 못 할 게 없다"고 자부했다.

He is…


△1963년 충남 대전 △1989년 경희대 회계학과 졸업 △199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0년 Grey worldwide CFO △2008년 태원엔터테인먼트 CFO △2008년 제로투세븐 입사 △2013년~ 제로투세븐 대표이사 사장

90분 점심시간 활용 외국어 수강… 근무 중 워킹맘 클래스도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제로투세븐의 아낌없는 '맨파워' 투자
제로투세븐은 '맨파워'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회사다.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툭툭 던질 수 있는 능동적인 인재를 선호한다.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워킹맘클래스·크리에이티브 송년회 등을 진행하는 것도 사람에게서 기업의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자기계발시간이 눈에 띈다. 통상 1시간가량인 기업 점심시간과 달리 11시30분부터 1시까지 총 1시간30분의 시간을 준다.

30분의 차이는 크다. 여유 시간을 활용해 직원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권장하고 2주에 한 번씩 추천도서를 받아 신간을 계속 구비한다. 점심시간 30분 연장 이후 지난 2년간 사내에 쌓인 책만 1,000여권에 달한다. 시간적 여유를 준 것뿐만 아니라 별도의 층에 책장과 소파를 마련하고 직접 대여도 가능하게 해 편안한 독서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도 크다.

늘어난 점심시간에 파고다어학원에서 출강도 온다. 영어·중국어 강의가 수준별로 반을 나눠 이뤄진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강의가 진행되며 전액 회사 지원이라 직원의 비용부담이 없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근무 외 시간에 외국어 공부가 쉽지 않은데 회사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직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중국어 강의를 시작한 지는 벌써 5년째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직원들도 함께 커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로투세븐에서는 근무시간에 워킹맘클래스가 진행되고 송년회도 외부 강사와 함께하는 등 일과 자기계발이 자연스럽게 병행된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건강한 기업이 되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하며 아이들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존경받는 엄마·아빠'가 되기를 희망하며 한국워킹맘연구소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술만 마시며 의미 없이 보내는 송년회보다 유명 강사를 초빙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크리에이티브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