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경찰, 총기안전은 물론 의경관리까지 점검해야

2015. 8. 28. 15: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경찰관의 권총오발 사건은 우발적이기는 하나 경찰이 총기 및 조직문화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빚어진 정황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해당 경찰관이 권총을 갖고 '장난'을 치다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고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족의 증언이나 경찰조사로 드러나는 내용은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경찰의 구조적 허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총기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고 의경을 대하는 조직문화를 바로 잡았더라면 20대 의경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 조사와 유족들에 따르면 박모 경위는 이전에도 의경들에게 권총을 겨누는 장난을 자주 쳤다고 한다. 의경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욕설을 하며 권총을 겨눴다가 거두는 장난을 쳤으며 이번에도 그런 장난을 하다가 오발사고를 냈다. 숨진 박모 상경은 휴가 때 "박 경위가 자꾸만 총을 겨누며 장난을 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니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때라도 진정을 넣지 못하고 흘려들은 것이 통탄할 노릇일 것이다. 박 경위는 경찰조사에서 권총 작동법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실탄이 장전된 권총으로 의경들의 가슴을 겨누며 장난을 쳤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해명이 안 된다. 군대에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듣는 말 중에 '빈총이라도 사람을 겨눠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있는데 그런 철칙이 박 경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경찰이 총기 안전교육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경위는 또 2009-2010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사고 당일에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 치료 경력이 주홍글씨가 돼서는 안 되지만 이런 병력을 파악조차 못 한 채 총기를 맡겼다는 것은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또 박 경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직업 경찰관이 경찰조직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의경을 어떻게 대하는지 조직문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박 경위가 동료 경찰관에게도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겨누는 장난을 칠 수 있었겠는가.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니까 막 대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장난을 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박 상경 가족들처럼 의경이나 그 가족들도 의무 복무라는 점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위험한 장난을 당해도 어찌하지 못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상당수 경찰관이 의경을 자식이나 친동생처럼 잘 대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경찰관 개인의 품성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국방부로부터 병역자원의 관리를 위임받은 것이니 만큼 남의 자식 다루듯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침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경찰관 총기오발 사건은 잊을만하면 계속 되풀이돼 왔다. 이번처럼 약실이 비어 있는 줄 알았는데 또는 공포탄인 줄 알았는데 실탄이 발사됐다는 변명이 가장 많다. 원형 탄창의 첫 약실은 비워두고 둘째 약실에는 공포탄을 넣고 셋째 칸부터 실탄을 넣는 방법이 제대로 숙지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 직후 총기안전수칙을 보완하고 관련내용을 교육하는 등 총기안전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했다. 말로만 그치거나 수박 겉핥기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라고 지급한 총기가 오발 사고로 엉뚱한 사람을 잡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딸과 결별' 요구에 전 여친부모 살해 20대 사형 확정
☞ '女 동네조폭' 경찰서 '알몸 난동'…출소 10여일만에 재구속
☞ 대낮 승용차서 술 취해 잠든 3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 '우울증 치료' 전력 박 경위, 총기사용 허가 문제없나
☞ 일본 정부, 독도 자료 열람 포털사이트 개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