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의료사고 그 후 23년, 책임자는 없었다

김동환 2015. 11. 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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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세상에 태어난 딸을 두 달여 만에 잃은 뒤 인생이 망가졌다. 최근에야 병원의 사과를 받았지만, 악몽을 떨치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의료당국은 오래전 일에 뛰어드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보상받을 길도 없다.

아일랜드 사우스더블린주에 사는 캐서리나(50)와 그의 남편 스테픈 맥개리는 지난 23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잔 적이 없다. 출생 두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 딸 제니퍼 안나에게 너무 미안해서다.

1991년 12월, 쿰베 병원에서 태어난 제니퍼는 이듬해 2월 중순 하늘의 천사가 됐다. 세상에 나온 뒤, 집중치료실로 옮겨졌지만 의료진은 손을 쓰지 못했다.

수술을 맡았던 의사는 현재 아일랜드를 떠났으며, 외신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캐서리나는 원래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수술 기한 24시간을 넘긴 것도 모자라 출산 과정에서 의료용 집게까지 사용했다. 제니퍼의 척추는 집게에 눌려 크게 휘고 말았다. 제니퍼의 유력한 사망 이유다.

한 가지 문제점은 병원이든 경찰이든 제니퍼 사망 당시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제니퍼의 사인(死因)도 밝혀내지 못했다.

게다가 병원은 제니퍼 부검 도중 부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의 일부 장기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캐서리나 부부는 이 같은 사실을 2012년에야 안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한 번 부부로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병원 측은 23년 만에 자신들의 실수를 모두 인정하고 캐서리나와 그의 남편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부부는 안타깝게도 의료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보건부 장관과의 만남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정부는 투명한 조사결과를 이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없다. 부부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의료당국의 약속을 받아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부부와 만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며 “양측 모두에게 손해가 될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 보건부 장관들도 같은 이유로 부부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스테픈은 “병원의 실수는 아내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며 “그때부터 우리의 인생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면 관계자들을 모두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쿰베 병원 측은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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