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말기암 농부 위해 옥수수밭 땀방울.."이것이 동지애"
암에 걸린 미국의 한 50대 농부를 위해 마을 전역에서 모인 농사꾼들이 하루 만에 옥수수 수확을 끝내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이 해낸 분량은 보통 농부 1명이 일주일은 걸려야 해치울 수 있는 양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헨리 카운티(Henry County) 갈바(Galva)에 사는 칼 베이츠(55)는 현재 호스피스 도움을 받고 있다.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는 말기 암환자다. 신장과 척추 등 온몸 구석구석 암세포가 퍼졌지만, 칼은 병원 치료 대신 호스피스를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마을 농부들이 모여 칼의 옥수수밭 450에이커(약 182만㎡) 수확을 단 10시간 만에 끝낸 사연이 공개됐다. 이들은 칼의 사촌 댄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농사꾼들의 거사는 지난달 25일에 치러졌다.
“당연히 내가 나서야지.”
“하루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댄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들에게서 한결같이 나온 반응이다. 이후 칼을 돕기 위해 모인 농부들은 40명에 달했으며, 동원한 트럭과 장비 등으로 옥수수 수확을 10시간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칼의 또 다른 친척 메리사는 집안을 도우려 모인 농부들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짐짓 뿌듯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건 새로운 일도 아니에요. 앞으로도 농부들은 서로 도우며 평생을 살아갈 거니까요. 누군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그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거에요. 그분들이 모이는 데 큰 힘이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칼을 돕기 위해 나선 농부 중에는 그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면서 사연을 듣고는 기꺼이 하루를 할애한 이도 있었다. 한 곡물 중개인은 자신이 가진 트럭 16대 중 12대를 옥수수 운반에 내놓기도 했다.
칼의 사촌 어니는 미국 ABC 뉴스에 “작은 마을이 하나가 되어 큰 것을 이뤄냈다”며 “우리는 ‘동지애’가 무엇인지 느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모두가 어려운 일을 해낸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며 “칼도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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