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당신, 내 동생에게 왜 그래야 했나요?

김동환 2015. 10. 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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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간호사라서 많은 환자를 만나지만 그 속에 우리 가족이 있을 줄이야…

내 이름은 제니퍼 메디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시온 병원 리저널 메디컬 센터(Mission Hospital Regional Medical Center) 응급실 간호사로 지난 2일(현지시간) 야간 근무조에 편성됐다.

응급실은 늘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로 빽빽하다. 이송된 환자들과 그의 보호자들로 응급실은 고성과 신음이 가득하다.

한창 바쁘던 때, 교통사고로 실려 온 남성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간당직 의사선생님 환자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갔단다. 워낙 상태가 위중해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들었다.

환자 이송용 침대로 다가간 뒤, 동료 간호사 어깨너머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다.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거라 생각했다.

환자 신원확인을 위해 소지품을 검사하는 동료가 환자 지갑을 집었다. 그런데 지갑이 어디서 많이 본 것이었다. 그렇다. 교통사고로 실려 온 환자는 내 동생 세자르 안드레스 메디나(23)였다.

얼굴에 갑자기 뜨거운 뭔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눈물이었다.

동생은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숨을 쉬지 않는 환자에 해당하는 ‘코드 블루(Code Blue)’였던 세자르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동생은 이미 교통사고 충격으로 뇌에 문제가 생긴 상태였다.

경찰은 오후 10시10분쯤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San Juan Capistrano)의 한 도로를 건너던 동생이 오른편에서 달려온 트럭에 그대로 치였다고 설명했다. 트럭에 부딪힌 동생은 공중에 붕 떠 약 6m나 날아갔다고 했다.

올해 열아홉살인 운전자는 동생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했다. 나쁜 뺑소니범은 하루 뒤인 토요일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어차피 붙잡힐 거 동생에게 구호조치라도 해줬으면 이렇게 원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NBC 로스앤젤레스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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