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과거 성공 공식은 끝.. 수출 친화 정책 수정해야 할 때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 교수 입력 2016. 8. 27. 03:09 수정 2016. 8. 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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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 만의 폭염이 지속됐던 광복절 연휴를 활용해 미국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저술한 책 '자본주의를 구하라'를 읽었다. 라이시 교수는 "미국의 중산층 붕괴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IT가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의 진보 때문만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시 교수는 "정부가 규율하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룰이 대기업과 자본에 유리하게 설계된 정치경제학적 문제가 양극화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 교수

라이시 교수 책을 읽은 후에 '한국 경제의 양극화 문제는 왜 확대되고 있는가, 그리고 양극화를 줄일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도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율이 50% 내외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12%, 15%, 25%이며 OECD 국가 평균 비율도 25%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예외적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기에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과 같은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출을 통한 대기업의 급속한 성장이 국내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중산층이 확대되는 선순환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수출로 성장률을 견인한 한국 경제에 낙수 효과가 사라졌다. 즉 우리 경제는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해도 중소기업의 경영지표는 좋아지지 않고 게다가 새로운 일자리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절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과거의 성공 공식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아직도 수출 기업 친화적인 경제정책을 쏟아내곤 한다. 때로는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소비자 친화적인 제도들이 무분별하게 없어지는 것도 수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하에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번 여름의 폭염이 없었다면 산업용 전력요금이 가정용보다 훨씬 낮은 수출 기업 친화적인 전력요금 부과체계 문제도 공론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환율도 가능하면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결정되기를 희망하면서 외환시장을 바라본다. 원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수입 물가가 높아져 가계의 살림은 어려워지지만 수출 기업에는 원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원화 가치를 가능하면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블룸버그

한국 경제 양극화 확대 문제는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수출 중심 경제성장 정책을 고집하는 국가 경제성장 전략에서 출발한다고 진단된다. 수출 기업 친화적인 정책들은 대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양극화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정부는 수출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 내수와 수출이 함께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경제성장 목표를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 관리를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출 친화적 제도와 정책의 혜택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의 이익이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에 환류될 수 있는 공동체적 제도들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먼저 수출 친화적인 제도의 혜택을 받는 기업들에 더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차등 법인세제 도입을 제안한다. 수출 기업 친화적인 정책의 수혜를 통해 창출한 이익의 일부를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돌려주는 환류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추가 법인세를 재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개인 부담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정 부분 보전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중소기업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낮아져 이들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내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최저생계가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빠르게 인상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지만 실제로 최저임금을 높인 미국 몇몇 주의 경험을 보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일자리는 줄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해외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의 혜택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만 돌아가 내수 진작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면, 추가 법인세를 재원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내국인들에게 최저생계가 가능한 수준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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