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국 수출 부진에 기업 구조 조정 사태, 엔화 약세가 주범

오정근(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2016. 5.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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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대비 원화 환율 3년간 71% 절상 한국 경제 위기로 내몰아
오정근(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언제나 환율이 문제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이웃 나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합하는 상품이 많은 나라일수록 환율이 수출을 좌우하고 경제에 결정타가 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 경상수지 적자 전환, 1997년 금융 위기, 2008년 외화 유동성 위기, 최근 수출 부진 등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 문제로 불거졌다. 2012년 6월 100엔당 1510원이었던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최근 100엔당 1072원까지 하락, 41% 절상됐다. 2015년 6월에는 885원까지 하락, 무려 71% 절상되기도 했다. 기술 혁신으로 원고(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그런 정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일본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50% 할인해 팔아도 되고 한국은 가격을 올려야 수지가 맞는 상황이 돼, 미국에서 도요타 캠리가 현대 쏘나타보다 싸게 나오고 있다. 막대한 연구 개발비가 들어가는 기술 혁신도 이익이 나서 내부 유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일본 기업들은 연이은 흑자로 자동차 전자회사들이 소생하고 차세대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적자와 구조 조정에 신음하고 있다. 작년 12월 결산 상장사 1717곳 중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은 450곳으로 26.2%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도 135곳이나 되고, 20곳은 아예 자본이 잠식됐거나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초고위험 기업이다. 이대로 두면 기업 부실이 금융 부실로 전이돼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주범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다. 2012년 중반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 현상은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2011년 19.0%였던 수출 증가율이 2012년 1.3%, 2013년 2.1%, 2014년 2.3%, 작년에는 15.4%로 아예 작년 1월 이후 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침체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수출이 더 크게 부진한 것은 엔화 대비 원화 환율 급락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과거 위기 때보다 장기간, 벌써 4년째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당분간 해소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수출이 부진하면 수출 호조를 예상하고 했던 투자가 과잉투자가 되면서 기업 구조 조정 문제가 대두된다. 현재 구조 조정 위기 기업들 대부분은 2010년 세계경제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회복되자 투자를 확대했으나, 2011년 유로존 위기가 발생하고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하면서 수출이 안 돼 부실이 쌓인 기업들이다. 일본은 글로벌 경제 침체에 대응해 과감한 양적 완화 통화정책으로 엔저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한국은 2014년 중반까지는 원화 강세를 방치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산업 합리화 조치, 1997년 금융 위기, 2008년 외화 유동성 위기, 지금 16개월째 전례 없는 장기간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에는 공통 요인이 있다. 경제 호황을 오판한 과잉투자, 금융권의 과잉 신용 공여, 원화 고평가, 특히 엔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 수출 부진, 기업 부실 증가, 금융 부실로의 전이, 기업 구조 조정, 국가 부채 증가의 수순이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르트 두 교수가 세계 금융 위기 800년사를 연구해 2009년 출간한 '이번에는 다르다'의 주요 메시지도 이것이다. 책은 이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성장률이 반 토막이 난다고 말한다. 1997년 위기를 거치면서 9%대에서 5%대로, 2008년 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2~3%대로 추락한 한국 경제가 이번 위기가 지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6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반기 환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연속 2.4% 성장률을 기록했다. 잠재성장률 수준 2.5%에 근접한 상태다. 실업률도 완전고용으로 보는 5.0%에 도달하고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9%를 기록해 금리 추가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로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8.0%로 부진하고 그 결과 산업생산이 둔화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미국 정책이 대미 흑자 국가들의 통화가치 절하를 억제하고자 하는 최근 재무부 환율 보고서다. 이런 경고에도 일본과 중국이 얼마나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킬 것인가가 하반기 외환 시장의 중요 변수다.

현재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90원,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위안화당 180원으로 대체로 균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100엔당 원화 가치가 1070원으로 균형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는 달러당 1250원 정도보다 크게 낮은 점이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원화와 엔화, 위안화가 절하된다고 해도 원화와 엔화가 동반 절하되면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도 달러는 물론 원과 엔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바스켓 환율 제도(몇몇 나라의 환율 변동을 참고해 자국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축통화국 일본은 자유변동환율제 아래에서 양적 완화 통화정책으로 엔화 약세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기축통화국도 아니면서 자유변동환율제인 한국은 통화정책만으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을 개선하기 어려운 가운데 설상가상 미국 환율 보고서로 환율 정책 운신 폭이 줄어들었다. 자본 이동 거시 건전성 규제 개편, 국제 금융 외교 강화는 물론 환율 제도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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