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눈물

최선 입력 2016. 8.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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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결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손아귀에서 힘을 빼야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과 3개월여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채권단의 추가지원을 얻어내지 못했다.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이 일군 육·해·공 물류기업 그룹 중 해양 영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한진해운(117930)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채권단의 조건부 출자전환을 얻어내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5월 제3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경쟁 선사인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이 더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오너가 있는 회사인만큼 유동성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조 회장이 추가로 지원하는 자금이 부족할 시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 향후 1년반 동안 필요한 7000억원의 추가 유동성을 요구한 채권단은 데드라인을 명시해가며 조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 회장은 마지막 남은 카드를 모두 꺼냈다. 올해와 내년에 2000억원씩 총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이후 추가 부족자금이 필요할 경우 1000억원을 더 내놓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채권단은 6000억~9000억원은 더 필요하다고 맞섰다. 채권단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난 전날에도 조 회장은 수정된 유동성 마련대책을 내놨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는 채권단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떠안게 된데는 장남으로서 부친의 가업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었다. 부친이 1977년 설립한 한진해운은 1988년 대한해운공사가 전신인 ‘대한선주’를 합병한 후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150여척의 선박으로 전 세계 70여개 정기 항로를 운영해 연간 1억t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1996년에는 한국 최초로 세계 최대형·최고속의 5300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취항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창업주의 3남인 조수호 회장은 2003년 7월 부친으로부터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물려 받아 독자경영에 나섰지만 3년 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후 한진해운은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등장했지만 글로벌 업황이 악화하면서 한진해운은 2013년 이후 연속적자를 냈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무너져가는 한진해운을 더 이상 볼수가 없어 최 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하는 등 5조원 규모의 그룹 자구안을 이행하면서도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한진그룹 참모들은 경영이 악화한 한진해운을 떠안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지만, 조 회장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악화되는 업황을 조 회장이 견디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를 힘들게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는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6000억원의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자산규모 6조원대의 최대 국적선사를 포기한 것은 채권단의 ‘보신주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수조원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방만경영을 방치한 사실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추가적인 위험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북미, 유럽, 대서양을 누비며 해운 강국을 꿈꿔온 조양호 회장의 꿈이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꺾이고 말았다.

최선 (bestgiz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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