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브렉시트로 운명갈린 두남자

장순원 2016. 6. 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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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오른쪽)와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출처:가디언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설마가 현실이 됐다.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벌어지면서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금융시장을 제외하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영국 정치권이다. 일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제안한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는 10월 전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지금까지 그에게 브렉시트 카드는 정치적 성공을 보증해준 흥행수표였다. 작년 총선에서 브렉시트를 앞세워 압승을 거뒀고, 올해는 EU로부터 특별지위를 부여받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브렉시트는 제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됐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선거 과정에서 지역별 세대별로 영국이 딱 절반으로 반토막나면서부터 국론 분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이겨도 총리직 유지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영국인이 EU에서 등을 돌리겠다는 결정을 내려 버린 것. 잔류 캠페인을 이끌어온 그는 개표가 결과가 나오자마자 “영국을 다음 목적지로 이끌 선장으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표 직후 브렉시트 진영에 합류했던 보수당 의원 84명이 캐머런 총리에게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쪽으로 결론 나도 총리직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류 명문가 출신으로 정통 엘리트 코스만 밟은 캐머런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였다.

야당인 노동당도 내분에 휩싸였다. 당장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부터 궁지로 몰리고 있다. 같은 당 의원 2명은 코빈 대표가 “잔류 지지 유세에 너무 늦게 나왔고 성의 없이 투표 운동에 임해 지지층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며 불신임안을 제기했다. 예비내각 일원을 물러나게 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디만 입지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BBC는 코빈 대표가 불신임 투표 결과를 무시하면 예비내각의 상당수 장관이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브렉시트 투표 최대 수혜주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다. 언론인 출신인 존슨은 2008년 5월부터 8년 간 런던 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올해 2월 브렉시트 지지로 돌아선 정치적 승부를 걸었다.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캐머런의 러브콜에도 매몰차게 방향을 틀어버렸다.

꾸밈없는 언행으로 인기를 끌던 정치인 존슨의 합류 이후 탈퇴 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면서 존재감을 한번에 드높였다. 현지에서는 그를 캐머런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감으로 낙점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는 투표결과가 나온 뒤 “영국은 여전히 EU의 일원이며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국 경제에 걸맞은 법과 조세 제도를 정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에 우호적이지 않은 당내 분위기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다. 국정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튀는 언행으로 보수당 주류 측에서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극우 성향의 영국 독립당 당수 나이절 패라지의 행보도 관심이다. 그는 “(투표날인) 6월 23일은 이제 독립기념일로 우리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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